9.1 이탈리아 (베네치아/피렌체)

본 여행기는 여행에 초점을 맞춘 글로, 반말로 서술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2014년 1월 8일. 9시에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를 떠나서 점심식사도 거르고 약 400km를 달려서 14시 30분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이탈리아는 특히 유럽에서도 눈뜨고 소매치기 당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유난히 치안에 유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주차도 우리는 대형 유료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이곳은 베네치아 만 안쪽의 석호 위에 흩어져 있는 118개의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섬과 섬 사이의 수로가 중요한 교통로가 되어 독특한 시가지를 이루며, 흔히 ‘물의 도시’라고 불리어 진다.

 

 

 

 

 

베네치아에서는 대중교통인 수상버스로 이동을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여행을 할 수 없다. 수상버스를 타려면 티켓인 바포레트를 매표소에서 구매해야 한다. 트램과 마찬가지로 이 바보레트는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검사를 안 한다고 수상버스에 무임승차를 하게 되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된다. 우리는 우선 오늘 하루 관광을 위해 12시간짜리 18유로에 구입했다. 24시간표는 20유로, 36시간표는 25유로, 48시간표는 30유로, 72시간표는 35유로, 7일 권은 50유로이다. 오른쪽 위의 사진은 자동티켓판매기계와 승강장의 모습이다.

 

 

베네치아의 첫 관광지는 산 마르코 광장의 남쪽 해상에 떠 있는 산 조르조 섬에 위치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인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설계하였고 1610년에 완공되었다. 성당 왼쪽에 올라갈 수 있는 종탑이 있는데 5유로를 지불하고 올라가면 베네치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비수기라 그런지 성당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조용하고 편하게 관광할 수 있었다. 날씨만 좋다면 물 건너 산 마르코 광장까지 바라볼 수 있다.

 

베네치아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찍은 사진들이다. 왼쪽은 큰 물길을 지나갈 때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은 작은 물길에 있는 건물들을 찍었다. 베네치아의 여유 있는 주민들은 본인의 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다리는 왼쪽에 있는 팔라초 두칼레의 재판소에서 작은 운하를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나 있는 감옥을 잇는 탄식의 다리이다. 1600년부터 1603년까지 안토니 콘티노의 설계로 만들어졌으며, '10인의 평의회'에서 형을 받은 죄인은 누구나 이 다리를 지나 감옥으로 연행되었다. 죄인들은 이 다리의 창을 통해 밖을 보며 다시는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탄식을 했다고 한다. 다리로 이어지는 감옥은 조반니 카사노바가 갇혔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베네치아의 풍경을 보면서 걸으니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198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베네치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며, 열주로 가득한 건물이 광장을 'ㄷ'자로 둘러싸고 있어 광장은 하나의 거대한 홀처럼 보이며, 나폴레옹은 이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이라고 불렀다. 광장의 가운데에는 베네치아의 수호신인 날개 달린 사자상과 성 테오도르 상이 있고 동쪽으로 산 마르코 성당, 두칼레 궁전이 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은 16세기 경 정부청사로 건립된 것으로 ‘나폴레옹의 날개’라고도 불리며, 현재는 박물관을 비롯해 오래된 카페, 살롱들이 들어서 있다.

 

 

 

산 마르코 광장을 보고 다시 수상버스를 타서 숙소로 가려고 하던 길에 ‘카도르’라는 젤라토 집이 나와서 하나 먹고 갔다. 최초로 젤라토가 만들어진 곳이 16세기 이탈리아일 것이라고 한다. 1595년에 피렌체에서 열린 연회의 기록에 메디치 대공의 궁정에서 환상적인 소르베티와 젤라티를 먹었다는 회고가 남아 있다. 젤라토(이탈리아어로 ‘얼린’이라는 뜻)는 전유, 설탕, 그 밖의 향미료(주로 과일, 초콜릿, 견과류)를 써서 손으로 만든다. 질이 좋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며, 얼리는 과정에서 서서히 공기를 주입하기 때문에 서서히 녹아내리는 짙으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에 뚜렷한 맛과 색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가 모방한 젤라토에서는 맛보기 힘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탈리아에 하루에 한번 이상은 꼭 먹게 되는 것 같다. 가격도 2~5유로밖에 안되기 때문에 더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숙소에서 친구들과 자기 전에 이탈리아 맥주 비라 모레티(birra moretti)를 마셨다. 비라 모레티 맥주 회사는 1859년 루이기 모레티가 베네치아 북쪽에 위치한 우데이네 마을에서 세운 맥주회사라고 한다. 맥주의 상표에 있는 맥주잔을 들고 있는 할아버지는 맥주의 품질을 보장한다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모레티 맥주와 안주로는 ‘인살라타 알라 카프레제’를 먹었다. 이 디저트는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바질을 넣어 만든 이탈리아 카프리 풍의 샐러드인데, 외식조리학과를 다니는 친구가 간단하게 바질 없이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맥주와 먹으니까 환상의 조합이었다.

 

2014년 1월 14일. 8시에 숙소를 나서서 다시 수상버스를 타고 어제 차를 주차해 놓은 주차장에 갔다. 차 뒷문을 열었는데 캐리어와 짐들이 내부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서 가만히 있는 차 유리도 깨고 물건을 훔쳐간다는 이야기가 진실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대비해서 트렁크부분의 유리는 검정막으로 감싸고 옆 창문 유리는 햇빛차단막을 걸어두었는데도 당했다. 왼쪽 위의 사진처럼 운전석 사이드미러 부분의 유리를 부수고 자동차 문을 열었던 것이다. 그런데 도둑들이 멍청하게 짐을 다 뒤져서 한 친구의 비상금 30유로만 훔쳐갔다. 더 비싼 물품들을 가져가지 않고 현금 30유로만 훔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우리는 침착하게 우선 현장 사진을 찍고 주변에 자동차 유리 수리 전문점을 검색해보았다. 베네치아에서 25km 떨어진 곳에 있어서 두 명은 경찰서에 가서 나중에 보험회사에 청구할 폴리스 리포트를 작성하러 가고 나와 나머지 두 명은 차를 정리하고 수리 전문점에 갔다. 갈 때 혹시 유리 파편이 튈까봐 사진과 같이 비닐을 씌워서 속도를 40이하로 천천히 달렸다. 갔더니 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시 베네치아 가서 경찰서에 간 친구 두 명을 픽업하고 수리 전문점에 갔다. 차를 수리하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오늘 피렌체에 가기 전에 들르려고 했던 볼로냐 일정이 이렇게 취소되었다. 자동차 유리 수리비가 300유로(당시 약 43만원)나 나왔다. 이거는 한 명이 우선 결제하고 나중에 보험회사에 청구해서 받기로 했다. 사기, 절도, 강도가 빈번하여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 이탈리아에서 신고식을 제대로 했다. 유럽을 자동차를 타고 여행할 경우에는 차를 비울 때 주의해야 한다. 항상 밖에서 봤을 때 안에 비싼 물건이나 큰 짐들이 안보이도록 하거나 비워두도록 해야 한다.

 

박살난 자동차 유리를 수리하고 피렌체에 도착하니까 시간이 18시가 되었다. 숙소 체크인을 먼저 하고난 후에 피렌체 관광을 나섰다. 처음에는 시뇨리아 광장에 가서 피렌체의 시청사인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을 보았다. 시뇨리아 광장은 13~14세기에 만들어진 광장으로, 중세 이후 정치적 활동의 중심지였다. 주변에는 시청사로 쓰이고 있는 베키오 궁전, 피렌체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우피치 미술관이 있다. 베키오 궁전은 1298년에 착공하여 몇 번에 걸친 개수를 거쳐 16세기에 현재의 모습이 되었고, 1540년에 코시모 공작 1세가 내부를 개조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걸어서 레푸블리카 광장 혹은 공화국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에 갔다. 1882년에 건설된 광장이며, 피렌체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라고 한다. 그리고 가끔씩 광장에 사람들이 천막을 펼치고 벼룩시장을 연다고 한다.

 

 

 

광장에서 더 걸어서 두오모 성당에 갔다. 정식 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고 왼쪽 사진이 정면의 모습이다. 성당 정면의 맞은편에는 세례당이 존재한다. 이 성당은 1296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가 설계한 고딕성당이고, 돔의 높이는 무려 91m에 육박한다. 그리고 1334년 조토가 85m 높이의 종탑을 설계했다. 이 성당이 다 지어졌을 때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건물이었다고 한다.

 

피렌체 관광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 하고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젤라토를 또 사먹었다. ‘IL RE JELATO’ 라는 가게인데, 너무 존득하고 맛있었다. 가격은 2.5유로였으며 뉴텔라 젤라토를 먹었다. 23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이 날은 비록 자동차를 털렸기 때문에 볼로냐를 못 가보았지만, 인생에서 체험하기 힘든 좋은 경험을 해본 것 같다.

 

2014년 1월 15일. 10시에 다시 본격적으로 피렌체 관광을 시작했다. 전날에는 밤에 봐서 야경만 봤는데, 이 날은 날씨도 좋고 관광하기 좋았다. 두오모 성당과 세례당을 보고 다시 레푸블리카 광장에 갔다. 어제는 몰랐는데 회전목마도 있었고 이탈리아의 유명 모카포트 브랜드인 비알레띠도 있었다.

 

 

광장을 보고 르네상스 회화의 컬렉션으로는 질이나 양적으로 세계 제일의 미술관이라고 불리어지는 우피치 미술관에 갔다.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는 줄을 설 필요가 없었는데 보통을 엄청난 줄을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입장료는 15유로 내고, 관람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2시간 만에 끝내버렸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느꼈지만 역시 미술관은 가이드와 함께 해야 할 것 같다.

 

미술관 관람을 빠르게 마치고 다시 레푸블리카 광장에 갔다. 광장에 매우 유명한 카페 질리(Gilli)가 있는데 이곳에서 잠시 배고픈 배를 달랬다. 이 카페는 약 250년 전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수많은 디저트가 있고 그 중 티라미슈가 유명하다고 한다.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면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우리는 사진과 같이 서서 먹었다. 케이크와 빵도 판매하는데 나는 크림빵과 에스프레소를 먹었다.

 

 

질리에서 나와서 자동차로 가는데 젤라토 가게인 젤라테리아(gelateria)가 보였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디저트로 먹으면서 갔다. 정말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다. 나는 주로 초콜릿맛 위주로 먹었지만,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다양한 맛들이 있으니 다양하게 맛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젤라토는 우리에게 하루에 두 번 이상 먹게 되는 국민 간식이 되어버렸다.

 

드디어 피렌체에서 유명한 가죽시장에 갔다. 정식 명칭은 ‘피렌체 중앙시장’으로서, 1874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피렌체 대표 재래시장이다. 먹을거리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가죽 제품 상점으로 유명해서 우리나라에는 가죽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팔찌, 지갑, 가방, 신발 등 가죽 세공품에서부터 의류,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가죽 제품을 볼 수 있다. 친구가 이곳에서 가죽 자켓을 구입했는데, 상점 주인이 처음에 400유로를 달라고 했다. 처음에 깎아서 370유로까지 내렸다가 돈을 낼 때 340유로만 주었다.  결국 70유로를 깎은 셈인데, 이곳에서도 상점 주인과 흥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앙시장에서 1시간정도 구경을 하고 산타마리아 노벨라 약국을 가기 전에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지나가면서 보았다. 이 성당은 1278년 당시의 도미니크파 최대의 성당으로 착공되어, 1300년에서 1350년 사이에 일단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의 외관은 평면적이고 심플하지만 깔끔한 것이 매력이다. 외관만 둘러보고 다시 약국을 향해 갔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약국 본점이 이 피렌체 지점이고 피렌체에서 꼭 들려야 할 쇼핑관광으로 유명하다. 워낙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서 한국인 담당 전문 직원도 있었으며, 안내판에도 한글이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화장품과 방향제, 향수 등 조합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 브랜드가 있지만 50% 이상 훨씬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여자들이 특히 많이들 찾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도 손님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고, 여자들 이었다. 내부는 아름다운 유럽의 미술관이나 전시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곳이 진짜 약국인가 싶을 정도로 예뻤다. 이곳에서는 일명 ‘고현정 크림’과 ‘장미수’가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12유로짜리 장미수를 하나 구입했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약국에서 쇼핑을 한 뒤 저녁을 먹으러 스테이크로 유명한 ‘trattoria da garibardi’ 레스토랑에 갔다.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공금으로 티본스테이크 회식을 하려고 했는데 공금이 부족해서 못하게 되었다. 결국 이곳에서 각자 자비로 먹고 싶은 것을 먹기로 했다. 나는 티본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이것은 소의 안심과 등심 사이에 T자형의 뼈 부분에 있는 것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약 350g정도의 크기로 요리되어 안심과 등심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부위로서 이탈리아에서도 유명한 것 같다. 가격은 18.5유로이고, 크기는 생각보다 컸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피자는 손바닥 세 개정도의 큼직한 크기였으며, 피자와 파스타는 맛있었지만 역시 스테이크 맛집이라 그런지 스테이크보다는 맛이 좀 아쉬웠다.

 

이탈리아 2편은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