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헝가리 (부다페스트)

 본 여행기는 여행에 초점을 맞춘 글로, 반말로 서술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2014년 1월 9일. 오스트리아에서 10시에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약 400km를 달려서 갔다. 헝가리도 따로 도로 통행료가 없고 비넷을 구입해야 한다. 숙소 체크인을 하고 바로 유럽 최대의 야외 온천인 세체니 온천으로 향했다. 한 명당 4100포린트(당시 약 2만원)로 엄청난 명성에 비하면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부다페스트는 로마시대 때부터 온천으로 유명했던 곳으로, 현재 부다페스트 시내에 있는 온천은 모두 118개인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세체니 온천은 1909년 처음 개장했고 네오 바로크 형식의 웅장한 건물도 1913년에 완공되었다. 1927년에는 수영장을 비롯한 부속 시설도 완공되어 다시 유럽에서 가장 큰 스파 리조트가 되었다.

내부는 온천이라고 하기보다 스파 시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 온천에서 수영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인데, 수영복이 없으면 대여도 가능하다고 한다. 노천 온천으로 야외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차고, 뜨겁고, 미지근한 물의 3개의 물이 있으므로 본인이 원하는 온도에서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5시간 기준으로 받기 때문에 4시간 이내에 나오면 시간에 따라 입장료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이 사실을 나중에 알아서 남은 돈은 돌려받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온천으로 몸의 피로를 풀고 헝가리의 유명한 토카이와인과 안주로 방울토마토와 자두를 먹었다. 토카이와인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서북쪽, 보드그로그강과 티셔강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는 포도로 생산한 포도주이다. 1650년 처음 만들어져 1703년에는 루이 14세에게 선물로 바쳤고, 원기회복과 정력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와인을 자주 즐겼던 루이 15세가 술자리에서 “이 포도주는 군왕의 포도주이며 포도주의 군왕이다”라고 한 일화에서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토카이와인은 수확 시기를 놓쳐 귀부병에 걸린 포도송이가 썩어갈 무렵의 것을 수확하여 사용한다. 그리고 수확한 포도송이를 소쿠리에 담아 며칠 동안을 말린 후 포도당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즙을 짜낸다. 그 즙과 정상 포도에서 짜낸 즙을 섞어 토카이와인을 만들고, 와인의 등급은 소쿠리를 의미하는 푸토뇨쉬를 사용하여 putt3~6으로 나누며, 숫자가 높을수록 오래 숙성된 것으로 당도가 높다.

우리는 2008년산 putt5를 마셨는데 달달한 과일향이 났다. 와인 특유의 쓴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맛있게 마셨다. 선물용으로도 좋은 것 같고, 와인을 평소에 잘 못 마시는 사람이라도 당도 좀 높은 토카이와인을 마시면 괜찮을 것 같다.

 

2014년 1월 10일. 1897년에 개장한 부다페스트 최대 규모의 중앙시장인 ‘Central Market Hall’을 갔다. 중앙시장도 일요일에는 휴무이기 때문에 일정을 짤 때 고려해야 한다. 지하 1층과 지상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하 1층에는 match라는 슈퍼마켓과 생선가게들이 있다. 1층에는 야채, 정육점, 과일코너, 향신료, 견과류, 디저트, 와인 등 식재료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2층은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흥정할 수 있으면 무조건 흥정을 하길 권한다. 예를 들어 나는 450포린트 기념품을 400포린트를 주고 샀다.

 

시간이 점심시간대라서 이곳에서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690포린트(당시 약 3,500원)를 내고 즉석 수제 햄버거를 먹었다. 패티는 버거킹의 와퍼에 있는 패티 맛이 났다. 헝가리 물가가 저렴한지 이 중앙시장이 저렴한지 모르겠지만 유럽의 비싼 물가에서 허덕이다가 이곳에 오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수제 햄버거를 먹고 남자 성인 주먹보다 큰 조각 케이크가 160포린트(당시 약 750원)라 맛을 보았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많이 사먹고 싶었으나, 환전한 돈이 없어서 못 먹었다.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들을 유럽에서 저렴한 가격에 맛보고 싶다면 이 중앙시장에 꼭 들러야 한다.

 

중앙시장에서 끼니를 때우고 헝가리의 유명 관광지인 어부의 요새에 갔다. 위 사진은 어부의 요새 서쪽에 있는 마차시교회이다. 이 교회는 13세기 밸러 4세 때,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된 후 14세기에 현재의 고딕 양식으로 재건축 되었다. 이후 마차시왕의 시대에 88m(현재 80m)의 마차시탑이 세워지면서 현재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낮에 봐도 근사하지만 마차시교회의 진면목은 밤에 야경에서 느낄 수 있다.

 

사진은 어부의 요새에서 내려다본 부다페스트의 도나우강, 세체니 다리와 국회의사당 및 도시의 모습이다. 부다페스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낮에는 도시의 평온함을, 밤에는 야경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사진에 유난히 빛나는 큰 건물이 국회의사당이다. 영국 국회의사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건국 1000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국회의사당의 외벽에는 헝가리 역대 통치자 88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지붕에는 1년 365일을 상징하는 365개의 첨탑이 있다고 한다. 도나우강 위에 있는 세체니 다리는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를 연결하는 최초의 다리이다. 세체니라는 이름은 이 다리에 공헌한 세체니 백작을 일컫기도 하지만 밤을 밝히는 전구의 모습이 마치 사슬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잠깐 추위를 달래기 위해 어부의 요새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왔다. 이곳은 자리 값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보통 유럽은 팁이 존재하지만 가끔가다 이와 같이 팁을 내고도 자리 값을 추가로 더 내야하는 곳이 있다. 카페라떼를 마시고 다시 어부의 요새 야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드디어 어부의 요새를 보러 갔다. 어부의 요새는 유럽의 3대 야경으로 뽑힐 정도로 매우 아름답다. 어부의 요새는 180m의 길이의 전망 좋은 성채로서, 여러 개의 통로가 있고 중간에 솟은 일곱 개의 돌로 된 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고딕 양식과 신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건물은 헝가리 건축가 프리제스 슐레크가 디자인 했는데, 이 사람이 앞서 소개한 마차시교회를 보수하고 재건축도 진행했다. 이 요새는 물가에 있는 것도 아니며, 방어를 위해 만든 것도 아니다. 이름의 유래는 이 성벽이 중세의 생선시장이 있는 곳 가까이 뻗어 있었으며, 어부 길드 조직원들이 이 성을 방어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곱 개의 탑에도 각각 헝가리 일곱 부족의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어부의 요새를 다 관광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다시 친구들과 변경된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느라 새벽 2시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 스위스는 확실히 일정에서 제외되었고 내일 갈 크로아티아에서 묵을 숙소와 관광지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다 관광하고도 남는 약 4일(원래는 스위스 일정)을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를 나누고 늦게 잠들었다.

 

 

2014년 1월 11일. 크로아티아로 떠나기 전에 아쉬운 마음에 중앙시장에 다시 들렀다. 정말 중앙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외관이 아름다운 것 같다. 어제 맛 본 케이크를 또 먹고 오전 10시에 크로아티아로 향했다. 이렇게 하여 2박 3일의 갑작스럽게 추가된 헝가리의 관광이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