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벨기에 (브뤼셀)

본 여행기는 여행에 초점을 맞춘 글로, 반말로 서술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2013년 12월 27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프랑스 ibis 호텔을 나서고 벨기에로 향했다. 거의 400km의 거리를 가야되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이 목적지이다. 중간에 대형 휴게소에 들렀는데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위의 사진은 화장실 입구의 모습이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돈을 지불하고 사용을 해야 한다. 가운데 조금한 사람구멍은 저 크기에 맞는 어린이들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뜻이다.

유럽의 공공화장실은 대게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보통 0.5유로를 내거나 1유로를 내야 한하는데, 심지어 스타벅스나 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화장실을 이용할 때 돈을 내야할 때도 있다. 어느 곳은 양심에 맡겨서 화장실 입구에 돈을 놓는 곳이 있고, 어느 곳은 화장실 앞에 돈 받는 직원이 서 있기도 하다. 유럽에서 볼 일이 급해서 화장실을 갈 때는 1유로 정도는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돈을 지불하는 만큼 대신 화장실은 매우 청결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오전에 브뤼셀에 도착하자마자 고디바 팩토리에 갔다. 이곳은 나의 생각이지만 이월상품들을 저렴하게 파는 매장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 고디바 매장보다 30~80%정도 저렴하다. 한국에서는 고디바 매장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을뿐더러, 초콜릿 한 알에 5천원이 넘는 고가의 브랜드 초콜릿이기 때문에 평소에 맛보기 힘들다. 그래서 약 50유로(당시 약 7만원)어치를 구입해버렸다. 만약 이곳에서 내가 산 것들은 한국에서 사려면 적어도 15만원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위 사진의 상품이 가장 세일을 많이 했던 상품인데 사진과 같은 하나의 상품을 약 6유로(당시 약 9천원)에 구입했다. 한국에서는 3만원이 넘게 파는 상품이다. 원래 가격이 저렴한데 ‘2+1’을 해서 훨씬 더 저렴하게 구입 할 수 있었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고디바를 모를 수가 없다. 무조건 벨기에에 가면 고디바 팩토리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고디바 팩토리에서 쇼핑을 하고 호스텔에 가서 짐을 두고 나왔다. 왼쪽에 있는 사진은 호스텔에서 그랑플라스(뒤에 다시 소개)에 가는 길이다. 유럽이 대게 그렇듯이 인도와 차도가 모두 돌로 깔려있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석과 높낮이로 길의 특성이 구분되어 진다. 차도가 돌로 깔려 있더라도 사진과 같이 깔끔하게 깔려있으면 괜찮은데 울퉁불퉁하게 불규칙적으로 깔린 곳도 많아서 차 안에 있는 사람의 승차감은 불편할 때가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왼쪽 사진의 길이 유럽의 수많은 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다. 길의 폭이 좁고 차도 위에 다양한 새 모양의 조명을 켜서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저 길을 느끼려면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진으로 봐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멋진 길인 것 같다.

오른쪽의 사진은 브뤼셀의 쇼핑거리인 생 위베르 갤러리이다. 이곳은 1846~47년에 건설된 유럽 최초의 쇼핑 갤러리로서, 과거에는 왕과 귀족들이 모이는 장소로 애용되었다고 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유리 지붕으로 덮어 만든 실내 쇼핑몰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 건물에는 가구 상점, 인테리어 소품 상점, 초콜릿 상점, 레스토랑, 서점, 기념품점 등이 많이 있다.

드디어 그랑플라스에 갔다. 이 광장은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말했으며, 199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럽 3대 광장 중 하나이다. 이 광장은 낮에 와도 근사하지만 밤에 와야지 진정한 진가를 볼 수 있다. 주로 17세기 후반의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유럽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동서로 110m, 남북으로 70m인 광장은 그랑 플라스(Grand-Place), 대광장이라는 명칭에 비하면 그리 크지는 않은 규모다. 시청사, 왕의 집, 길드 하우스 등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광장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96m의 첨탑이 높이 솟은 시청사다. 15세기에 건설된 고딕양식의 건물로 1695년 프랑스의 침입으로 광장이 처참하게 파괴되는 속에서 유일하게 화를 면한 건물이라고 한다. 탑 꼭대기에는 브뤼셀의 수호성인 미카엘 대천사가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시청사를 설계한 건축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건축가가 건물을 다 지었는데, 높은 첨탑을 기준으로 입면의 아케이드가 좌우대칭이 맞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자살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왼쪽 사진은 브라반트 공작의 집으로서, 건물 1층 창문 위 외벽을 따라 브라반트 공작들의 흉상이 조각되어 있다고 한다. 건물이 만들어 질 때 당시 브뤼셀은 브라반트공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현재 내부에는 초콜렛 박물관이 있는데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둘러볼 수 없었다.

그랑플라스에 있는 건물 중 시청사나 왕의 집, 브라반트 공작의 집 등 이름이 붙여진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들은 거의 길드하우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14세기부터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브뤼셀은 그랑플라스를 중심으로 활발한 상업 활동을 하였다. 강국들의 침략과 지배에도 굳건히 맞서며 지켜온 그들은 각각 길드에 따라 건물의 이름과 문양이 다르다. 건물 내부는 과거의 모습을 많이 보존하고 있지만, 1층의 경우 거의 레스토랑, 상점, 카페와 같이 상업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랑플라스 광장의 관광을 마칠 무렵 큰 사건이 일어났다. 사진에서 보듯이 광장이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비수기임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광장에는 화려한 조명들과 엄청 큰 노래 소리로 인해 소매치기들이 더욱 붐비는 장소이다. 유럽 자체가 소매치기로 위험하기는 하지만 특히 벨기에의 브뤼셀이 위험한데, 그 중 그랑플라스가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이정도면 유럽에서 가장 위험하니까 주의할 장소인 것 같다.

큰 사건은 내 친구가 이곳에서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인 약 350유로(당시 약 50만원)를 소매치기 당한 것이다. 소매치기 방법은 이랬다. 건장한 체구의 한 이탈리아 남자가 맨 처음에는 나에게 접근했다. 영어로 한국인이냐고 묻고 태권도를 아냐고 과한 행동을 취했다. 본인은 이탈리아에서 왔고 우리에게서 약간 멀리 있는 예쁜 여자를 삿대질을 하면서 본인의 여자 친구라고 소개도 하면서 의심을 사지 않으며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나에게 친한 척을 하면서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했다. 그리고 광장이 시끄럽기 때문에 안 들린다면서 나에게 더 접근하고 가까이 밀착 했다. 그리고 본인은 가라데를 할 줄 안다고 내 몸에다가 시범을 보인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퇴장하면 어느새 돈이 없어져 있다. 그러나 나는 당시 약 250만원이 넘는 공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수시로 가방에 손을 넣어서 확인을 하느라 다행히 소매치기를 당하지는 않았다. 그 소매치기범이 친구한테 다가가서 똑같은 수법을 하고, 친구 자켓 안주머니에 있는 돈을 빼간 것이다. 친구는 범인을 찾으려 하였으나 당연히 찾을 수 없다.

이 때 여행객이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침착하게 경찰에 알리고 폴리스 리포트를 작성해야 한다. 이 리포트는 한국에 와서 여행자보험을 들었다면 어느 정도 보험사에 따라 일정 금액의 보험금으로 보상 받을 수 있다. 현지 경찰들도 어떻게 나서서 찾을 방법이 없다. 관광객이 주의하는 수밖에 없으므로 유럽을 여행할 때는 자연스럽게 접근해 오는 외국인을 환영하되, 한편으로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 어찌되었든 이로서 유럽여행의 두 번째 에피소드가 탄생하게 되었다.

소매치기 사건은 원활한 여행을 위해 잊고 다시 관광을 시작했다. 벨기에하면 와플, 초콜릿, 홍합 요리, 감자튀김이 아닌가. 초콜릿은 고디바를 샀고, 길거리에 와플을 사먹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겉은 바삭하고 식감은 매우 부드러웠다. 위의 사진과 같이 기본 와플에 다양한 크림과 과일, 시럽, 소스를 추가해서 수많은 종류의 와플이 있다.

와플을 맛보았으니 그다음은 감자튀김이다. 감자튀김과 맥주를 사와서 숙소 식당에서 맛을 보았다. 감자튀김의 맛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우리나라 브랜드들의 짠 맛을 많이 맛봐서 그런지 벨기에의 감자튀김은 소스가 없으면 먹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감자튀김은 소스를 따로 소스통에 담아 준다. 그러나 이곳은 소스를 감자튀김 위에 뿌려준다. 그리고 나는 감자튀김을 안주로 맥주는 ‘호가든 로스’를 먹었다. 처음 마셔보는 맛으로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좋아할 맛이다. 약간 체리 맛이 나는 맥주라고 생각하면 된다. 체리에이드에 알코올이 들어간 맥주(?)다. 이리하여 기나긴 벨기에의 첫째 날을 마무리 하였다.

2013년 12월 28일. 11시부터 벨기에 둘째 날 관광을 시작했다. 이날의 첫 관광지는 벨기에 왕궁인 로얄 팰리스(Royal Palace)에 갔다. 레오폴트 2세가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루이 왕조 양식으로 건립했다. 내부가 매우 화려하며, 안에는 왕가의 유물과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만 보고 지나갔다. 이 왕궁은 아무생각 없이 지나가면 그냥 상업건물이거나 부자의 저택이겠거니 하고 지나갈듯 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호위병들이 왕궁 주변을 지키고 있다.

왕궁을 지나 쭉 걸어 올라가다보면 몽데자르가 나오는데 ‘예술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이곳은 브뤼셀의 유명한 포토존 중 한 군데이다. 예술의 언덕답게 주변에 박물관, 미술관이 밀집되어 있다. 몽데자르에 올라서면 저 멀리 시청사의 높은 탑을 포함한 구 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 다음에 유럽 3대 허무한 관광지인 60cm의 오줌싸개 동상을 보러 갔다. (누가 정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독일 라인강가의 로렐라이 언덕과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이라고 한다.) 이 동상은 프랑스가 벨기에를 점령했을 때 기념으로 뺏어갔다가 나중에 반환된 것이라고 하는데, 외국 정상들이 벨기에를 방문할 때 중요 부위를 상시 노출시키는 오줌싸개를 위해서 옷 한 벌을 가지고 오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고 한다. 약 700벌의 오줌싸개 소년의 옷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한복을 선물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원래의 동상은 1960년대에 분실했고, 현재 설치되어있는 것은 복제본이라고 한다.

이 사진은 벨기에 길거리 음식으로 생김새는 피자 같지만 밀가루로 만든 것인데 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해서 그 위에 손님이 원하는 재료를 넣고 위와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꿀로 만든 것을 먹었는데 쫀득하고 달달하고 너무 맛있었다. 컵에 담겨 있는 것은 와인인데, 길거리 점포에서 와인도 따뜻하게 데워서 판매하고 있다.

 

벨기에에서 꼭 먹어야할 마지막 목록인 홍합 요리이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쉐 레온’의 본점 갔다. 그랑플라스 광장에서 북쪽으로 푸줏간 거리라는 먹거리 골목이 있다. 그곳에 위치해 있으며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물르(moules)’라는 홍합요리가 유명해서 먹고 감자튀김과 맥주, 새우 샐러드를 먹었다. 물르는 우리나라 홍합탕이랑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친구 말에 의하면 버터와 화이트 와인을 넣어 국물을 끓인다고 한다. 나는 그냥 현지 본점에서 먹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쉐 레온에서 식사를 하면서 벨기에의 모든 관광을 마쳤다. 밤에 영국으로 가기 위한 해저터널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프랑스로 향했다. 이동 중에 빨래방이 보였다. 유럽에는 사람들이 셀프 빨래방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우리가 유럽여행 와서 빨래를 한 번도 못했기 때문에, 이쯤에서 빨래를 하고 가기로 했다. 맨 처음에 돈을 넣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기계를 돌리는 가격은 물론이고 세제도 다 사야 된다. 20분정도 빨래를 다 돌리면, 건조도 마찬가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1박 2일의 벨기에 여행을 마치고 영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