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임진왜란으로 희생된 조상들을 기리며...



 오늘의 글은 '이총'에 대해서 써보려고합니다. 글은 이전까지 글보다 짧아서 가볍게 쉬어가면서 읽으실 수 있지만, 내용은 무겁고 안타깝고 경건한 글입니다.


 이총 혹은 비총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귀무덤 혹은 코무덤이됩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왜군들이 전공의 표식으로 조선 군인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코와 귀를 잘라갔다는 사실은 알고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에 따라 왜군들은 조선 군인의 코와 귀를 베어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다시 가져오는 잔혹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교토 히가시야마구에 있는 이 무덤이 귀무덤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 곳에 당시 일본으로 가져온 코와 귀를 묻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왜군의 전공품으로 희생된 조선 군민의 수는 12만 6천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후손의 입장에 서서 이 곳을 보았을 때 잔혹한 왜군의 행실들 때문에 가슴이 먹먹했고 희생된 수많은 조상들 때문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원래 코무덤으로 불리던 이 무덤은 에도시대 초기 유학자인 하야시 라잔이 명칭이 너무나 잔혹하고 야만적이라며 이총으로 새로 부르도록 주장하였고 이 무덤 근처를 이총공원으로 조성했습니다. (사실 귀무덤이나 코무덤이나 둘 다 잔혹하고 야만적인 것은 마찬가지인데, 저는 도대체 이 두 명칭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 이름 다 잔혹하고 너무나 안타깝네요.) 

 


 이총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는 토요쿠니 신사가 있습니다. 이 신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격화 하여 모시는 신사입니다. 도요토미를 신으로 모시는 신사와 도요토미가 학살한 조선인들의 영을 달래는 무덤이 불과 100m의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이 어색한 공존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 도요토미가 희생된 조선인들의 귀와 코를 그냥 방치하여 이 곳에 묻었다는 설, 도요토미가 잠자리에서 조선인들의 영혼이 계속 나오는 악몽에 시달려 그 때라도 그 영혼을 달래고 사죄하기 위해 이총을 토요쿠니 신사 근처에 지었다는 설, 위와 같은 이유로 도요토미가 조선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총 근처에 도요쿠니 신사를 지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무엇이 사실이든, 조금이라도 영혼을 달래기 위한 노력을 했었길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역사에서 전쟁은 필수적이었고 수없이 많았다지만, 그들이 시신을 훼손하면서 자신들의 공적을 정리한 것은 너무나 잔혹하고 야만적입니다.




 끝으로 안타까운 사실 한가지 알려드리며 이번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이총은 희생당한 우리 조상님들을 위해 지어진 무덤이지만, 그 관리가 굉장히 허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정부의 정식 지원금도 없습니다. 현재 이총의 조상님들의 시신 일부는 경상남도 사천시로 이장되어 오고 있으나 아직 수많은 시신들이 이총에 남아있으며, 정부의 정식 예산 이없어 3대째 이총은 이 무덤을 관리하는 개인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달래고, 후손들에게 교육시키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대처가 시급히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 곳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우리를 위해 희생된 조상님들을 기리고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