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자연을 위하는, 자연을 활용하는 간사이의 건축

일본 간사이지역 건축에세이기행 16번째 이야기는 간사이의 친환경건축과 공원등의 조경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본 편에서는 이전에 소개드렸던 난바파크스와 오가닉빌딩등을 다시 소개하게되어서 내용이 중복될 수도 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난바파크스


 첫번째로 소개드릴 곳은 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 편에서 소개해드렸던 난바파크스입니다. 난바파크스는 현재 오사카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이며, 오사카의 친환경건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바파크스는 오사카의 번화가인 난바에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대형 복합시설입니다. 

 미국의 랜드스케이프 전문 건축가 존 저드의 작품으로 거대한 협곡을 본 딴 웅장한 외형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탄생한 미래도시 오사카'를 슬로건으로 걸고 설계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건축가 존 저드 팀은 오사카의 조밀하고 거친 도시 조건 속에서 도시를 중재할 수 있는 자연이 될 수 있도록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으며, 오사카의 순환 패턴을 형상화하면서 동시에 그랜드케니언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를 활용해 오사카의 오랜 역사를 지층이 쌓인 모습으로 표현하기 위해 건물을 협곡과 같은 형태로 설계하였습니다. 

 지상 10층규모의 상점가, 30층규모의 오피스타워, 46층 규모의 주거타워를 포함한 난바파크스는 고층빌딩을 이용해 기능을 충족시키면서 확보된 넓은 대지를 쇼핑몰의 기능을 하는 건물을 만듦과 동시에 인공적인 자연을 만들어 오사카 시민들에게 도심 속 자연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에 존 저드 대표는 '난파 파크스는 사람, 문화와 휴식의 상호 작용 개념을 표현하며, 오사카의 새로운 자연환경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상 10층까지의 주 건물에는 5층까지는 쇼핑가, 8층까지는 식당가로 이루어져있으며, 9층과 10층이 옥상정원으로 되어있습니다. 이외에도 건물 매스끼리 만나서 생기는 잉여공간에는 상인들이나 시민들이 직접 키울 수 있는 작은 텃밭이 있으며, 주 광장에는 수많은 정원과 분수등이 있으며, 자유롭게 웨건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9층과 10층에 자리하고 있는 옥상정원은 난바파크스가 자랑하는 공원이며,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이론과 친환경건축 이론을 잘 나타낸 부분입니다. 난바파크스의 옥상정원은 총면적 1만 1500제곱미터의 넓은 녹지공간을 가집니다.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숲을 건물로 끌여들였으며, 건물이 파괴한 자연공간을 건물이 다시 포함하여 인공적으로라도 도시에서 인간이 파괴한만큼의 자연을 다시 생성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이론이 잘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바 파크스에 심겨진 나무만해도 총 7만 그루 이상이라고 하니, 인공적이기는 하지만 답답한 회색 도시안에서 시민들에게 쾌적하고 즐거운 자연공간을 제공해주는 것 같습니다.

 친환경 건축은 건물과 도시가 얼마나 자연을 덜 파괴하느냐, 그리고 건물과 도시가 얼마나 자연을 재생시키느냐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한 사례인 난바파크스가 도심의 경관을 살리고 시민들에게 여러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도시와 자연을 재생시키는 효과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오가닉빌딩


 세계적으로 유명한 친환경건축물로, 이탈리아 건축가 가에타노 페체가 설계한 건물입니다. 건물 외벽 전체에 총 132개의 화분이 외피디자인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강렬한 붉은색 외피는 오가닉빌딩이 위치하고 있는 오사카 미나미센바의 상징색인 붉은색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각각의 화분은 아프리카, 미국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한 132종의 각기 다른 식물이 심겨져있습니다. 건물과 식물이 함께 살아 숨쉬는 친환경 건물을 지향하며 설계한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디자인 초기단계에는 도시의 다양성과 역동성 그리고 잠재력을 은유를 통해 자연공간으로 표현하는 개념을 설계 컨셉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건축의 특성상 좁은 지역에 조밀하게 프로그램을 배치해야했고, 이 부지안에 자연공간을 표현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건물 자체가 자연의 일부인 식물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오가닉빌딩이 친환경건축으로 유명한 이유는 단순히 화분으로 외피를 디자인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사진을 보시면 화분들을 파이프가 수직적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 파이프를 통해 외피에 있는 식물들에게 물을 줍니다. (파이프를 외부에 수직적으로 배치하여 붉은색 외관에 어울리는 직선적이고 강렬한 디자인을 표현했습니다.) 이 파이프들을 통해 식물을 유지하는 방법이 오가닉빌딩을 유명한 친환경건축물로 이름나게 했습니다. 132개의 외피를 장식하는 화분들의 명칭은 '정화의 식물' 입니다. 정화의 식물들에게 사용되는 물은 건물 내부에서 한 번 사용된 물과 빗물을 모아 자체적으로 친황경 필터를 통해 정화하여 사용합니다. 그리고 정화의 식물에 사용된 물들은 다시 한 번 파이프를 통해 한 곳에 모이고, 이는 건물 내부에서 다시 한 번 친환경 필터를 통해 정화되어 건물 내부에서 사용됩니다. 

 단순히 나무만 심고 끝나느 친환경건축물이 아니라 진짜 세세한 건물의 시스템까지 친환경요소를 활용하여 만든 정말 제대로된 친환경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ja.wikipedia.org)


마이시마공장


 USJ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 과 텐포잔 유원지는 오사카 최고의 관광명소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입니다. 텐포잔과 USJ에서 조금만 더 가면 마이시마라는 작은 인공섬이 있고 이 마이시마에는 위 사진처럼 동화속 나라같은 건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건물의 정체는 쓰레기소각장입니다. 

 프리덴슈라히 훈데바르트바서를 떠올리게하는 디자인이지만 실제 프로그램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쓰레기 소각장입니다. 마이시마공장은 쓰레기 소각장의 틀을 깬 건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기피하던 혐오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마이시마공장 (마이시마 쓰레기 소각장. 이하 일본식 정식명칭인 마이시마공장로 쓰겠습니다.)은 수많은 친환경 아이디어들의 결정체입니다. 일단은 화려한 색상과 재미있는 건물 형태로 시민들의 기피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고, 쓰레기 소각장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민들의 마음을 돌렸습니다. 마이시마공장은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자주 찾고 쓰레기가 소각되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건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건물 내부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면서 생기는 열과 가스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마이시마섬의 전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이시마공장은 이 공장에서 생성된 전기를 판매하고 그 판매금액으로 다양한 환경운동이나 친환경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가장 파괴할 것 같은 건물을 반대로 친환경을 위한 건물로 바꾼 발상의 전환을 통해 탄생한 마이시마공장. 발상의 전환이 다른 어떤 친환경건축물보다도 더 인상깊었습니다.





Times


 네번째로 소개시켜드릴 건물은 자연을 활용한 간사이지역 건축물의 사례입니다. 타임즈라는 건물로, 교토 카모가와강의 한 줄기 옆에 위치한 건물로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입니다. 이 건물은 위 사진에서도 보이듯 바로 옆에 강을 두고 있습니다. 사진을 자세히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바로 옆이 강입니다. 난간도 없이 만들어진 건물로 건물에서 발을 내밀면 바로 강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위치에 지어졌습니다. 물론, 물을 이용해서 저런 형태를 내부에 만든 건물은 많습니다만, 타임즈가 인상적인 이유는 비록 카모가와에서 갈라진 작은 줄기더라도 자연상태의 강이라는 점과 건물외부가 바로 강과 닿아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자연상태의 강이기 때문에 만약에 폭우가 내린다면 건물 1층 바닥에 물이 들어올 수 있고 상가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안도 타다오가 타임즈를 처음 계획했을 때만 해도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안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간의 교토 기상데이터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설계가 수십년간의 교토 기후를 바탕으로 했을 때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절대 침수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고 설계대로 타임즈를 시공합니다. 실제로 타임즈가 지어진 이후 카모가와강이 넘쳐서 타임즈에 들어온 적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이상하게도 타임즈에 입주한 가게는 주인이 잘 바뀐다는 징크스가 일본 웹에서 돌곤 하네요.)

 저는 겨울에밖에 못가봤지만 봄에가면 벚꽃이 늘어선 카모가와강과 타임즈가 만드는 풍경이 정말로 아름답다고하네요. 자연을 활용한 설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토부 조요시 시민의 숲


 교토의 작은 도시인 조요시에는 조금 특이한 공원이 있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례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4사례와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일단은 이 에세이는 제가 간사이지역을 여행하면서 직접 보고 소개해드리고 싶었던 곳들에 대한 글이다보니 이번 기회를 통해 소개시켜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소개해드릴 시민의 숲은 시민들에게 녹지를 제공함과 동시에 어떠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서 소개해드리려고합니다. 바로 시민의 숲은 국제적으로 조요시와 자매도시들의 끈끈한 협력관계를 상징하는 숲입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연공간을 통해 '휴식'뿐 아니라 상징성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로 이 숲의 비밀은 이 숲을 이루고 있는 모든 식생들이 조요시와 자매도시인 밴쿠버, 경북 경산시 이 세곳의 토종 식생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공원 곳곳에는 밴쿠버와 경산시를 상징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들어 경산시의 갓바위를 상징하는 바위, 경산시 고분군을 형상화한 바위언덕이나 경산에서 가져온 은행나무, 대추나무, 살구나무, 이팝나무로 이루어진 경산의 숲, 그리고 옛날에 경산역 앞에 위치해 동네 어르신들의 휴식터가 되었다던 정자를 이 곳에 설치하여 두 도시의 끈끈한 협력관계와 우정을 표현했습니다.

 조용히 산책하며 쉴 수 있었던 시민공원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있다니 굉장히 신기했고, 건축과 조경이 상징성을 띄어서 여러가지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요시 시민의 숲도 자매도시들관의 우정을 자연 녹지공간을 통해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인상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