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안도 타다오를 찾아서



 세계적인 건축가, 일본 최고의 건축가, 현대건축의 거장, 노출콘크리트의 마술사, 1995년 프리츠커상 수상자. 모두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현대 세계 최고의 거장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안도타다오에게 오사카를 포함한 간사이지역은 매우 뜻 깊은 곳입니다. 우선 오사카는 안도 타다오의 고향입니다. 그 때문인지 안도의 건축은 간사이 지역에서 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의 대부분 작품이 간사이지역에 지어졌습니다.

 간사이 여행을 하면서 건축답사를 하게 된 계기는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유명해지기 전 작품이 보고싶다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1984년에서 1994년 사이에 지어진, 즉 안도가 건축가로 데뷔하고 성장하면서 프리츠커상을 받기 전까지 지은 건물들을 답사했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할 9개의 건물은 1969년 안도가 오사카역전설계 계획안으로 데뷔고 15년쯤 지난 시기인 84년부터 약 10년간의 작품들로 안도가 세계적 건축가로 인정받기 전, 그리고 자신만의 확고한 건축 스타일이 굳어진 후의 시기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들은 유명한 작품들은 아니지만, 안도 타다오의 초기 형태 및 안도의 건축관이 굳어지기 시작한 시점의 건축물들로 건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9개의 건물을 4곳의 장소로 나눠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는 오사카의 중심인 오사카 중앙구 신사이바시지역입니다. 이곳에는 1984~1988년도에 지어진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상업시설이 모여있습니다. (제가 답사했을 당시 사진을 찍지 못하였거나 밤에 찍은 사진만 있어서 이 지역의 건축물들은 외부 사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사진출처 : http://www.kbookmark.com/)


1984년 지어진 신사이바시TO입니다. 쇼핑아케이드인 신사이바시에 위치하고 있어 건물의 일부는 아케이드 지붕에 가려져 있습니다. 상점가 4거리에 위치한 상가로, 4거리에 면하는 부분을 둥근매스로 만들고 유리로 곡면을 처리하고 그 뒤쪽은 노출콘크리트로 미니멀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안도의 건축의 특징이라면 기하학적 형태, 미니멀리즘, 노출콘크리트, 자연을 이용한 점 등이 있는데, 이 건물에서 기하학적이고 미니멀한 형태, 그리고 노출콘크리트의 사용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www.kbookmark.com/)


 1985년도에 지어진 건물로 Bigi2nd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절제되고 단순한 형태의 노출콘크리토 만들어진 파사드가 있고 쇼윈도가 왼쪽 아랫편에 그리고 쇼윈도와 대칭되는 위치에 개구부를 만들고 벽체를 기하학적인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http://www.kbookmark.com/)


 Bigi 2nd가 완공된 후 바로 다음 해인 1986년 완공된 Bigi3rd입니다. 좁고 깊은 사이트에 지어진 건물로 안도의 협소주택 작품인 스미요시주택이 떠오르는 형태입니다. 상업시설인만큼 좁은 대지를 살리기 위해 파사드를 전면 유리로 두어 상가 내부 전체가 바깥에 보이고 쇼윈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미요시주택도 그렇지만 일본의 필지자체가 전통적인 마치야에서 이어져 온 필지형태가 많아서 이처럼 좁고 긴 형태의 필지가 많습니다. 사실 건축물을 짓기에 참 어려운 필지인데도, 이런 협소한 필지를 잘 활용하는 것은 일본 건축의 특징이자 장점인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 http://www.kbookmark.com/)


 1987년 지어진 OXY우나기다니는 아쉽게 답사 당시에 들어가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세한 답사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평가에 의하면 OXY는 초기 안도타다오의 상업시설들이 모여있는 신사이바시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에 가까운 작품으로, 이 쯤에는 이미 안도의 건축개념이 확실히 굳은 후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방형의 단순하고 깔끔한 형태의 노출콘크리트 건물이며, 내부에는 안도의 작품답게 계단을 활용하면서 독특한 공간감을 구성해놓았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http://www.kbookmark.com/)



(사진출처 : http://www.andotadao.org/)


 갤러리아 AKKA는 1988년에 지어진 상업건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외부에 보이는 형태는 앞에서 계속 설명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하고 절제된 노출콘크리트로 된 파사드로 되어있습니다. 폭8m, 깊이 40m의 대지로 bigi와 마찬가지로 긴 형태의 필지입니다. 다만 AKKA의 경우 폭이 어느정도 확보되다보니 안도 타다오가 그의 작품의 특징인 기하학적 공간을 아낌없이 만들었습니다. 좁은 계단이 건물을 가로지르며 4번째 사진에서 보이듯 각 층의 테라스가 있어 출입구 겸 외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계단옆은 아트리움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하2층 지상 4층 규모이고 비교적 넓은 필지가 아니지만, 효율적인 공간분할과 계단이 동선을 조절하면서 아트리움이 주는 공간감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겉에서 보이는 단순한 형태에 비해 내부는 굉장히 복잡한 형태로 이 또한 안도 건축의 특징인데 갤러리아 AKKA에 잘 나타나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 신사이바시에는 안도 타다오의 초창기 작품으로 상업건축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다섯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노출콘크리트의 사용,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 효율적인 공간사용등 안도의 특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갤러리아 AKKA에는 기하학적 공간 구성이 강하게 나타났는데, 개인적으로 안도의 기하학적 공간 구성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인상깊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아래에서 소개할 교토의 작품들에도 강하게 나타납니다.



 두번째로 소개해드릴 지역은 오사카의 유명관광지이자 휴양지인 텐포잔지역입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산토리뮤지엄이 텐포잔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음료, 주류업체인 산토리의 창립 90주년을 기념하여 1994년에 완공된 안도 타다오의 작품입니다. 갤러리와 동양 최대의 아이맥스 극장을 가진 대형 미술관으로 탄생했으나, 재정문제로 2010년 12월 26일부로 폐쇄되었습니다. 현재 오사카시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시에서 주최하는 전시회가 있을 때 개방됩니다. 정방형의 단순한 콘크리트 매스덩어리와 알루미늄패널과 유리로 이루어진 원뿔을 뒤집은듯한 형태가 결합된 형태의 갤러리입니다. 형태가 안도의 특징인 미니멀함과 기하학적 구성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적 재료를 활용한 한 편, 전면 커튼월을 통해 텐포잔의 바닷가가 그대로 반사됩니다. 안도의 건축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자연을 요소로 활용하는 것인데, 앞서 소개드린 작품들은 상업시설이고 상가에 위치하고 있어 그 특징을 표현하기 굉장히 힘들었고, 그러한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산토리뮤지엄에서는 커튼월 외 부분에는 개구부를 거의 두지 않아서 꽉 채워진 매스덩어리를 만든 후 커튼월을 통해 텐포잔의 하늘과 바다를 투영했습니다. 건물의 규모가 거대한만큼 커튼월을 통해 자연을 반사하는 기법이 극대화되어 작용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건물 내부에서는 바닷가를 면하고 있는 커튼월을 통해 태양광과 바닷가에 비친 빛이 들어와 채광을 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계단을 이용하여 동선을 조절해서 건물로의 출입뿐 아니라 건물이 막아버린 텐포잔 항구쪽과 텐포잔 유원지쪽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습니다.


 산토리뮤지엄은 안도가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기 바로 직전해에 완성된 건물로, 이미 안도의 건축관이 완전히 굳은 후의 작품입니다. 그 때문의 안도 타다오의 특징이 모두 표현된 건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의 활용, 기하학적 공간구성, 계단을 이용한 동선조절, 미니멀한 매스 형태, 노출콘크리트의 사용을 모두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 지역은 교토의 키타야마입니다. 교토 시내에서 조금 북쪽으로 가다보면 교토 부립 식물원이 있습니다. 이 식물원 앞에 안도의 상업시설인 B-Lock과 예술전시공간인 명화의 정원이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1990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1985년 설계를 시작해서 1990년에 완공이 된 교토 키타야마 역 근처에 위치한 상업시설인 B-LOCK입니다. 건물의 이름처럼 콘크리트블럭을 이용해 지은 것이 특징인 건물입니다. 본 건물인 상자형태의 매스와 원형 벽이 조화를 이루는 건물입니다. 순수 기하학의 형태를 추구하는 안도의 건축관이 잘 녹아 있는 건축물이라 생각합니다. 원형 독립벽 안쪽에는 상자형태의 매스가 있고, 원형 독립벽을 따라 계단이 있는데, 입구부분에선 계단이 넓다가 상층부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속도감을 형성하고, 계단에서 독립벽의 형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안도 타다오의 건물이니 당연히 노출 콘크리트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자세히보면 콘크리트 블럭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분명 같은 콘크리트를 이용한 재료이지만, 기존의 건물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을 줍니다. 특히 일본의 건축가들이 재료의 섬세한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콘크리트라는 같은 재료로도 여러가지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명화의 정원은 1990년 교토에서 열린 국제 꽃과 정원 박람회에서 다이고쿠전기에서 출품한 파빌리온으로, 안도타다오가 설계했고 박람회 이후 교토시에 기증되어 교토시에서 명화의 정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건축은 우선 컨셉부터가 굉장히 획기적이고 인상적입니다. 미술전시관인 명화의 정원은 '실내공간'과 '진품'이 없습니다. 관람객은 명화의 정원 내부를 동선을 따라 산책하듯 걸으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모든 작품은 가품을 타일에 인쇄하여 붙인 것입니다.

 즉, 정형화되거나 작품을 순서대로 봐야하는 동선등이 존재하지 않는 건물입니다. 안도 타다오는 명화의 정원을 자유롭게 디자인했습니다. 앞선 건물에서 봐오던 기하학적 구성을 활용하여 매 구간 다른 공감감을 사용자에게 제시합니다. 그야말로 매순간 다른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곡선은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공간을 직선형태의 면과 선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면과 선이 교차하거나 평행하거나 접하면서 명화의 정원 내부를 걷다보면 계속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게 되고 기하학적 형태를 눈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컨셉부터 형태까지 모든 것이 참신하고 안도 타다오의 건축관을 그 어떤 건축보다 더 가깝게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건축이어서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은 카모가와강에 위치한 타임즈입니다. 건축에세이 16편에서 소개되었던 작품입니다.













 타임즈는 카모가와강 한 줄기 옆에 설계된 건물입니다. 강을 바로 옆에 두고 지어졌고 난간도 없어서 건물 밖에서 바로 강에 발을 담글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건물의 최대 적인 물을 피하기 마련인데, 타임즈는 물과 그대로 면하고 있습니다. 처음 안도가 이런 기획을 했을 때는 반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안도는 수십년간의 교토의 기상 데이터를 분석한 후 자신의 설계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후 설계대로 완공시켰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타임즈에 카모가와강의 물이 들어온 적은 없습니다.)

 말이 바로 옆에 강이 흐르는 것이지 실제로 타임즈에 가보면 타임즈의 지면과 카모가와강의 수면이 거의 같게 느껴집니다. 정말 건물과 강이 똑같은 선상에 있다는 착각이 듭니다. 아마 이것이 안도 타다오가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안도 타다오는 자연을 특히 물을 건축물의 요소로 즐겨 사용합니다.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의 설계도 인상깊었습니다. 약간의 미로처럼 만들어진 내부를 돌다보면 항상 다른 각도의 하늘과 카모가와강을 볼 수 있도록 설계 되었습니다. 처음에 건물에 들어갔을 때는 내부가 조금 복잡해서 당황하면서도 아, 이것도 안도 타다오가 기하학적인 내부 형태를 위해 만든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걷다보니 기하학적인 내부 형태라기보다는 사용자의 뷰를 중시한 평면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걸을 때 마다 계속해서 바뀌는 교토의 밤하늘과 카모가와강을 보니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사용자의 시선까지도 고려하는 설계를 직접 체험해보니 왜 거장들의 작품이 대단한지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간사이에는 안도 타다오의 흔적이 많이 남겨져 있습니다. 물론 그의 명작들도 많이 있지만 이번에는 1984년 ~ 1994년에 지어진 그의 초기작품들을 답사했습니다. 거장의 성장과정을, 흔적을 찾아서 따라다니면서 직접 배우고 느껴보고 싶었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아서 굉장히 의미깊었던 것 같습니다. 글솜씨가 좋지않아 위의 9작품을 통해 안도 타다오의 지금의 건축관이 굳어지는 과정이 느껴지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건축공부를 하실 때 건축가의 명작들도 있지만 그 명작들이 있기까지 수많은 작품들, 건축관이 형성되는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