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공간예술-(1)전시공간


문화역 서울 284 <은밀하게 황홀하게展> photo by Dongjookim 


빛은 어떠한 공간의 분위기를 다양하게 연출하고 지각 현상을 일으키는 체험의 매체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빛은 공간에서 물리적 작용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이어주는 시각적 표현매체로서 심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빛은 공간에서 일정한 목적 아래 구성되어져 각각의 부분들을 필연적 관계를 가지는 하나의 유기체적 공간으로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기웅, 현대건축 공간에서 표현되는 빛의 표현 특성에 관한 연구 中-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최종태> photo by Dongjookim


 매체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건축가 혹은 예술가에게 '빛'은 새로운 표현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전시디자인에서 빛은 예술작품에 담겨있는 작가의 의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작품적 가치와 의미를 완성한다. 미술관에서의 전시공간은 그저 작품의 단순한 나열을 통한 show-window적 구성이 아니다. 즉, 미술관에서의 전시공간은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생산하는 여러 감각과 인식의 체계가 교차하며 이뤄지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명과 그림자의 콘트라스트와 구성은 흔히 말하는 '아우라'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위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렸던 조각가 <최종태>전시전 중 일부이다. 최종태 작가의 '영원과 본질'에 대한 예술적 고뇌를 반영한 "생각하는 사람" 조각을 단순히 show-window적 구성으로 배치하였다면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관과 고뇌가 온전히 관람자에게 전해졌을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긴다. 적절한 음영이 없는 생각하는 사람의 조각품. 관람자는 그저 곁눈질로 훑어보고 그 앞을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본 작품을 약간 떨어져서 살펴보면 좌측에서 들어오는 빛을 통하여 우측에 그림자와 어두움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입체적 조형예술인 '조각품' 자체에도 빛과 그림자의 음영, 즉 명암적 대비가 이뤄짐으로써 작품이 보다 더 입체적이며 복합적인 존재자로 승화되는 효과를 얻었다. 작품 위의 그림자 역시 적절한 콘트라스트를 통하여 단순한 흰색 외벽에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경계면'을 구성함으로써 작가의 '영원과 본질에 대한 고뇌'라는 예술적 가치관을 관람자에게 더욱 진중하게 보여주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작품 설치대의 높이와 조명의 각도는 '생각하는 사람'의 그림자를 우측 바닥에 보여주는데 이 역시 머리를 싸매고 생각에 빠져있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있다. 본 작품은 단순히 손에 턱을 괴고 있지만 그림자를 살펴보면 이와 다르게 머리를 싸매고 있는, 눈에 보이는 작품 그 자체 보다 더 깊은 고뇌에 빠져있는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빛의 활용을 통해 최종태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조각'이라는 1차적 표현 뿐 아니라 그림자와 명암의 대비를 통해 2차적, 3차적으로 작가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예술관이 깊이있고 복합적으로 돋보이는 구성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로써 하나의 조각품이 전시공간 속에서 빛과 그림자를 통해 기존의 작품보다 심도 있는 '아우라'가 형성되어 그 의미가 더욱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관람자는 단순히 수동적인 관람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작가와 관람자의 작품을 통한 대화가 한층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