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미준 - 바람의 조형


사람의 생명, 강인한 기원을 투영하지 않는 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태어날 수 없다.

사람의 온기, 생명을 작품의 밑바탕에 두는 일.

그 지역의 전통과 문맥, 에센스를 어떻게 감지하고 앞으로 만들어질 건축물에 어떻게 담낼 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다.

Itami Jun 1970-2011



 국립 현대 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이타미 준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마당이 문을 열고 아직 식구라고는 고등학교 때 부터 건축학도를 꿈꾸던 두 남자뿐이지만, 이렇게 소소하게 마당 식구들의 첫번째 공동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첫 답사는 가볍고 즐겁게 가보자라는 생각에다가 마침 마당에 아타미 준에 대한 글도 있었기에 첫 답사는 이타미 준의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국립 현대 미술관은 좋은 전시도 많고 무료전시도 많아서 자주 찾곤 합니다. 이번 이타미 준 전시가 열린 곳은 과천관입니다. 과천관의 메인에는 위 사진에서 보듯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이 있고 그 주위를 램프를 이용해 올라가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라이트의 구겐하임 미술관과는 램프에서 작품을 보느냐 램프를 통해 전시관으로 가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처음 과천관에 왔을 때 라이트의 구겐하임미술관을 직접 와 보면 이런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움미술관에서도 램프를 이용한 나선형태의 비슷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화가를 꿈꿨던 이타미 준 답게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생전에 그렸던 스케치들이 많습니다. 정성이 들어간 스케치 한 장이 어떤 모델이나 3d 조감도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타미 준의 건축은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특징이 매스에 드러나면서도 동시에 묘하게 곡선이 어울리며 간결함과 부드러움이 같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타미 준의 건축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낮음입니다. 이타미 준이 설계한 대부분의 건물이 지평성과 평행을 그리듯 땅에 밀착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대지와 하나되길 바라던 이타미 준의 철학이 작품에 녹아있는 듯 했죠. 내 건물이 여기있소!하고 자랑하는게 아니라 이 땅에 이런 건물이 있었나? 할 정도로 자신의 자세를 낮추고 대지의 맥락을 따르는 듯한 건물의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건축학과에 입학할 당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고 충격도 많이 받았고 좋아햇던 작품이 안도 타다오의 로코주택이었는데 이타미 준의 오보에 힐에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다 같은 듯 조금씩 다르며 땅의 경사를 이용해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이런 고급 주택군의 형태를 좋아하나 봅니다.




 이대균에디터도 열심히 사진도 찍고 작품 잘 관람하고 있네요.



 역시 거장은 거장은 한순간에 탄생하지 않고, 아무리 천재라도 노력이 없이는 안되나 봅니다. 이타미 준의 작업실을 재현해놓은 전시실에선 한켠의 그의 매스모델들이 쌓여있습니다. 학생이지만 귀찮다고 매스모델 안만들어보고 머리로만 상상하고 억지로 매스모델 갯수채우려고 이 알트 저 알트 만들던 제 학교 시절이 반성되네요. 그의 매스모델들에서 그동안의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에는 없지만 이타미 준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영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또 다른 물, 바람, 돌이라는 제목으로 1부 인간과 건축 2부 자연과 건축으로 나뉘어 이타미 준의 제주도 프로젝트 수미술관, 풍미술관, 석미술관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인간과 건축에서는 세 미술관을 배경으로 아이와 노인의 모습을 담았고, 자연과 건축에서는 건물에서 물, 바람, 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이 영상때문이라도 꼭 보러가시길 바랍니다. 영상미가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건축물과 물이 바람이 돌이 어떻게 이리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어울릴 수 있는지 경이로울 지경이었습니다. 사실 건축에서 자연요소는 이용하기는 많이 이용하지만 제대로 이용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타미 준의 철학에서도 보이듯, 그의 낮은 건축에서도 알 수 있듯, 진정으로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중시하다보니 그의 건축과 자연이 정말로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오늘도 다시 한 번 깨달은 건 이타미 준을 좋아하고 그의 작품 사진도 많이 봤다고 했는데, 직접 전시회에서 그의 모델과 스케치를 그리고 영상물을 직접보니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큰 감명을 받았고, 기회가 된다면 이타미 준의 작품을 찾아 제주도로 떠나보고싶네요.

 (사실 현재 저는 심각한 인터넷 오류로 이 글을 쓰기 시작한지 4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더이상 글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 오늘은 이만 짧게 마치도록 할게요.)


관련글 : 2014/07/22 - [Architectural Essay/Architectural Travelog] - 첫번째 공동 답사 :: 이타미준:바람의 조형 by 이대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