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간사이의 현대건축

   다섯번째 이야기는 오사카의 현대건축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건축학도들에게 있어서 여행지에서 만난 특이한 건물이나, 힘겹게 찾고 찾은 건축가의 작품은 정말 최고의 보물이죠. 이번 편에선 따로 이야기할 헵나비오, 난바파크스와 건축가 하라 히로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제외한 작품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 오사카 시립 박물관 & NHK 오사카 센터

 첫번째 소개해드릴 건물은 NHK 오사카센터와 신 오사카 시립 박물관 입니다. 두 건물 사이를 공유하고 있는 거대항 구 형태의 매스가 인상적인 건물입니다. 처음에 이 건물을 보게 되었을 때는 두 건물이 구형 매스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인상깊었습니다.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 건물에 들어간 순간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건물을 지을 때, 바닥에서 유물이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 오사카 시립 박물관과 nhk 오사카가 선택한 방법은 유물을 보존한 채 그 위에 그대로 건물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건물의 1층 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고, 유리바닥을 통해 유물들이 매장되어있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유물을 체험하기 위한 건물에서 실제로 유물 발굴 현장을 발 밑으로 볼 수 있어서 매우 놀랍고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물을 보존한 방법도 독특한 매스도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카이유칸

 오른쪽 윗면에 보이는 건물이 카이유칸입니다. 카이유칸은 오사카 항만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입니다. 동양 최대의 단일 수조를 가진 수족관으로, 건물 전체가 하나의 수조로 이루어져 있는 독특한 형태의 수족관입니다. 입구로 들어가서 건물전체가 하나의 수조로 되어있어 램프를 따라 걷다보면 전체 수조의 관람을 마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건축학과 학생들이 어떠한 건물을 계획할 때 공간을 2차원적으로 네모네모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 건물을 보며 공간의 구분은 2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과 이런식으로 독특한 형태로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배우셨으면 하네요.

 카이유칸의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선토리뮤지엄 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이번 기획기사 마지막편인 안도 타다오편에서 제대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텐포잔

 카이유칸이 있던 곳인 오사카의 항만구역 텐포잔입니다. 텐포잔은 한자로 天保山으로 표기합니다. 한자 때문에 다들 산이라고 착각하시기 쉬운데, 사실 텐포잔은 해수면보다 약간 높은 언덕입니다. 오사카는 예로부터 교역의 중심지로 온갖 상품이 거래되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수 많은 배가 드나들게 되었고, 더 큰 배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아지가와 강의 수심을 깊게 파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강의 수심을 깊게 파고 남은 강의 모래를 아자지가와 강 삼각주에 쌓았고, 현재의 인공 언덕인 텐포잔이 되었습니다. 텐포잔은 인공 쇼핑 위락단지로, 여러가지 놀이시설과 체험시설이 있는 관광구역입니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외국의 건물을 재현해 놓은 건물들도 많고, 놀이동산에 온 듯한 건물들도 많고, 대규모 쇼핑센터도 있습니다.




오가닉빌딩

 세계적으로 유명한 친환경 건물인 오가닉 빌딩은 이탈리아 건축가 가에타노 페체가 설계한 건물입니다.건물 외벽 전체에는 총 132개의 화분이 외피디자인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강렬한 붉은색 외관은 미나미센바의 붉은색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각각의 화분에는 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수집한 각기 다른 132종의 식물이 심겨져있습니다. 건물과 식물이 함께 살아 숨쉬는 친환경 건물을 지향하며 설계한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건물주는 다시마 가공업체인 오쿠라야 야마모토로 자연과의 공존이 기업 이념이기 때문에 이 같은 친환경 건축물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현재 오쿠라야 야마모토의 사옥으로 사용중입니다. 이 건물이 친환경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단순히 외관 장식을 식물로 했다는 점이 다가 아닙니다. 식물을 유지하는 방법 때문에 유명합니다. 정화의 식물이라고 이름지어진 외벽을 이루는 132개의 식물들에게 사용되는 물은 건물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한 물과 빗물을 모아 친환경 필터를 통해 정화하여 사용합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까지 정화식물들을 연결해 놓은 관이 건물 외피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관을 통해 물이 1차적으로 정화되어 한곳에 모입니다. 그리고 모인 물이 수생식물들을 모아 놓은 건물 내부 식물정화실에서 2차적으로 정화되어 건물 내부에서 사용됩니다. 단순한 외관장식이었다면 오히려 이 식물들을 유지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면서 환경파괴가 일어났을 수도 있는데, 자체적으로 사용한 물을 이용하다니 획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환경건물이라고 하면 보통 초록색으로 디자인한다던가 나무 몇개 심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세세한 부분부터 건물의 시스템까지 친환경적으로 설계한 오가닉 빌딩은 정말 많은 곳에 신경쓴 '진짜' 친환경 건축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소노 유니버스

 참으로 유쾌한 건물입니다. 미소노 유니버스는 1956년 문을 연 오사카에 위치한 유명 유흥 놀이 시설입니다. 노래방, 당구장, 호프, 와인바, 호텔, 식당, 연회장을 포함한 대형 호화시설입니다. 2011년 폐업 후 현재는 인디밴드들의 라이브장으로 사용중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미소노 유니버스의 부속건물 중 비교적 최근에 지은 건물로, 앞서 설명한 오가닉빌딩과 닮아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가닉빌딩과 똑같은 색에, 식물로 외벽을 장식한 점까지 같지만 어딘가 엉성하고, 친환경 건물과는 거리가 멀게 말라 죽은 식물을 표현한 조형물이 인상적입니다. 마치 짝퉁제품을 보는 듯한 유쾌한 건물이었습니다. 자세히 어떤 건물인지는 정보가 부족하여 모르겠지만 주변에 붙은 광고지나 현수막등으로 봐서는 이 건물에 노래방등 놀이시설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도시내에 있는 유명한 건물을 이런식으로 패러디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으로 유쾌한 건물이었습니다.




스포타카

 오사카 난바 도톤보리에 위치한 유명한 스포츠 용품 의류 쇼핑몰 스포타카입니다. 입면이 작은 수십개의 쇼윈도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으로 인해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고, 여러개의 제품을 전시할 수 있으며, 또한 백화점처럼 창문을 없애 고객들을 매장에 오랫동안 머물게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기능적으로 뛰어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네요. 사실 예술적 측면에서 본다면 뛰어난 디자인이라고 할 수 는 없지만, 상업시설로서 기능을 살린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쿠무라 기념관

 나라현 나라공원에 위치한 오쿠무라 기념관은 오쿠무라 건설회사에서 지은 기념관으로 오쿠무라사의 건축시공 기술력을 홍보하고, 나라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곳입니다. 홍보관이라서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입장해보니 부담은 커녕 정말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인상깊었습니다. 직원분들은 친절하게 차를 대접해주시며 나라공원을 소개해주셨고, 지진체험도 해 볼 수 있었습니다.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건축물이지만, 건물 내부 곳곳에서 전통 일본 건축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어서 상당히 이국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미니멀하면서도 다양한 공간감을 제공하는 현대일본건축의 특성이 잘 나타난 건물이었습니다.




나라현청 전망대

 이 건물은 나라현청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도청입니다. 여러 건물 중 사진에 뒤쪽에 보이는 건물이 현청 본청사로 옥상에 올라가면 나라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평야가 많아서 다른 전망대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건물이지만 나라공원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의 마지막 건물로 나라현청을 소개한 이유는, 일본에는 대부분의 시청사나 현청사에 전망대를 설치해 두고 있습니다. 평야가 많아서 일반건물로도 전망이 가능하다는 지역적 특색으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익을 위한 건물을 통해 관광객들도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