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뼈부처의 절 잇신지와 실험적 현대식 사찰

 지난 이야기에서 살짝 언급했던 잇신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잇신지를 소개해드리면서 일본 불교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잇신지의 상징인 유골로 만든 불상을 소개하고, 잇신지를 통해 실험적인 현대식 사찰에 대해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사카 잇신지에 가까워지면 잇신지가 있음을 알리는 비석이 여행객을 반깁니다. 일본어로 뼈 부처의 절이라고 적혀있어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잇신지 (一心寺)의 또다른 이름은 뼈부처의 절. 즉, 유골로 만든 불상이 있는 절입니다.



 잇신지는 여러므로 신기한 절입니다. 여러가지 건축적 실험정신이 들어간 신기한 현대식 사찰입니다. 위 사진은 잇신지의 입구입니다. 절이라기보다는 미술관이나 공원의 입구처럼 보일만큼 스틸재질로 만들어진 특이한 형태의 입구가 신자들과 관광객들을 반깁니다. 전체적인 형태의 윤곽은 불교 사찰의 입구인 산문의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기하학적 패턴으로 이루어진 모양 자체는 현대적 아니 오히려 미래주의적으로 보이기까지합니다. 여기에 불골의 절이라는 이름과 함께 입구의 청동 사천왕상 때문에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보입니다. 현대적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입구는 전통 사찰의 천왕문입니다. 천왕문은 불교세계관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외호신인 사천왕을 모신 곳으로, 사찰의 경계에서 불법을 지키며 죄를 지은 자를 입구에서 벌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어느 사찰이든 사천왕상은 근엄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위치하고 있는데, 잇신지의 사천왕상은 더욱 험악한 표정에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더욱 강조합니다.



 잇신지 경내로 들어오면, 일본식 정원이 가장 먼저 반깁니다. 고요하고 단순한 일본 정원의 이미지는 사찰 경내라는 장소적 특징과 어울려 더욱 분위기를 정갈하게 하고, 신도와 관광객들을 한 번 더 엄숙하게 만들고 마음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만들어 줍니다.



 실험적인 사찰 입구로 인해, 잇신지가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사찰로만 생각하실 수 있는데, 사실 잇신지는 1185년에 지어진 유서깊은 사찰입니다. 1185년에 초가로 지어진 사찰이었으며, 1596년 정식으로 재건되어 잇신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통깊던 사찰이었던 잇신지는 오사카 공습 당시 일부 소실되었고, 1977년 일부 재건되면서 현재와 같은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와 실험적인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현대식 사찰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잇신지의 상징인 유골로 만든 불상이 있는 골불당입니다. 평범한 불상처럼 보이는 저 불상들이 모두 신도들의 유골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100% 유골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청동불상을 만들 때 재료에 신도들의 유골을 넣어 죽은 신도가 부처와 하나가 되어 사후세계에서의 평안을 느끼길 바라며, 유골 불상을 만들었습니다. 한 불상에 10000명 분량의 유골이 들어가고, 현재 총 13개의 불상이 있으며, 14번째 유골 불상이 제작 중입니다. 하나의 불상에 만명의 신도의 유골이 들어가므로 잇신지의 예상에 따르면 쇼와 28년 즉 2016년에 새로운 유골 불상이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신도들의 뼈로 만든 불상이라 그런지 호기심을 많이 자극하기도 하고 뭔가 무섭고 조금은 기분이 나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생각과 죽어서 부처에게 구원을 받길 바란다는 의미를 생각해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편에서 일본인은 죽어서 절에서 잠든다고 했었는데, 절에서 장례를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은 죽어서 절에서 화장되어 묻히는데, 그 유골이 부처와 함께 하며 사후세계에서 평안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 이 불상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잇신지 경내에 위치한 곳입니다. 수많은 비석들이 이 곳이 죽은 자들의 무덤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절에서 장례를 치르고 그 유골을 사찰 경내에 안치하여 사후세계에서의 평안을 기원하고, 생활 속 친숙한 종교시설을 자주 찾으며 죽은자를 애도하고 기억합니다.



 마침 시간이 맞아 신도들의 불교행사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신도들이 죽은 자의 혼을 기리는 춤과 노래를 부르며 영혼을 달래는 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나라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서 우리의 불교와는 다른면이 있었지만, 불교라는 본질은 같기에 좋은 경험을 했었습니다.




 잇신지는 이외에도 독특한 절입니다. 건물마다 양식이 전혀 다르고,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한 경내에서 여러가지 양식의 건물과 이국적인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습니다.



 잇신지 내에 위치한 불교문화 전시교육관입니다. 경내에 현대식 건물을 건설하고 거기서 불교를 보급, 교육하는 모습에서 현대식 사찰들이 어떠한 요구를 받고 있으며, 그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대에는 과거와는 달리 종교가 신앙으로 끝이 아니라, 문화이자 교육의 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맞는 변화는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므로 그로테스크했고, 파격적이고, 인상적이었던 잇신지를 살펴봤습니다. 단순히 신기한 절이다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위에서도 언급했듯, 종교건축이 시대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하는지 실험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앞으로 현대식 사찰들은 어떻게 변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