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신사에서 태어나서 절에서 잠들다

 간사이 건축여행기 8번째 이야기로, 이번 편에서는 일본의 전통 종교 건축인 신사와 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건축학과 학생들은 조금 더 구분을 잘하지만, 일반 여행객들중에 절과 신사의 구분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오늘은 신사와 절 그리고 신도와 불교에 대한 소개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다신앙국가입니다.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과 환태평양대에 위치한 특성때문에 예로부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많았고, 그로 인해 일본인들은 자연은 인간이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과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신앙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2009년 일본 문화청에서 발간된 종교연감에 따르면 신도의 신자가 1억 843만명, 불교 신자가 8750만명, 기독교 신자가 237만명, 기타 종교의 신도가 888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신도와 불교를 믿는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딱히 정해진 국교가 없는 국가입니다. 신도의 수를 보면 알 수 있듯, 한 사람이 하나의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종교를 동시에 믿습니다. 이는 전통신앙인 신도와 불교가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종교가 타 국가에 비해 맹신적인 신앙이 아니라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하나의 문화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지역행사를 비롯해, 탄생 결혼 죽음 등의 개인의 경조사가 종교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신도와 불교를 믿는 신자들에게 종교가 뭐냐고 물어봤을 때 딱히 없다고 대답할만큼 신도와 불교를 특정 종교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본인들의 문화생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생긴 말이 신사에서 태어나 절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신사에서 태어나고 성당이나 교회에서 결혼을 하고 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도 하는데, 이는 특정종교를 신앙하지 않고 여러 종교가 가지는 특징을 모두 수용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신도는 전통신앙인 정령신앙에서 발전한 것으로 만물에 영이 깃들어 있고, 매개체를 통해 영을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의 전래 이후 잠시 쇠퇴하기도 했으나 곧 다시 부흥하였고 현재는 일본인들에게 가장 밀접한 신앙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불교는 6세기경 대륙에서부터 전래되어온 종교로, 한중일 동아시아국가의 기본 공통요소로 뽑힐만큼 중요한 문화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신도와 서로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하여, 신사에도 불교적 특징이 섞여있고, 불교도 신도의 영향을 받아 대륙의 불교와는 조금 다른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불교의 내세에 대한 개념, 윤회사상등 때문에 사후세계와 관련을 많이 맺고 있습니다.


 교토의 유명한 신사인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입구입니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토리이가 신사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토리이는 붉은색의 구조물로 신사의 입구를 표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토리이를 기준으로 성과 속의 구분이 됩니다. 신사는 신도에서 특정 인물이나 정령이나 신을 모시는 곳으로, 이 토리이를 기준으로 신사의 내부는 신성한 곳으로 인식됩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신성한 공간인 신사를 찾습니다. 신사는 일본인들에게 신성한 곳이며 현실세계의 희망과 욕구를 찾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신사가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신도의 다신사상때문입니다. 위에서도 거듭 언급했듯 일본은 만물에 영이 있다고 믿어서 물건이나 특정인물이나 신화속 신을 신사에서 숭배합니다. 위 사진에 있는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여우의 신을 모시는 곳으로, 전국의 수많은 이나리신사들의 총본원이 되는 곳입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는 여우의 신을 모시는데, 이 여우의 신이 재물, 상업, 곡식을 관장한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농민, 상인들이 즐겨 찾고 여기서 참배를 드리며 풍작과 번영을 기원합니다. 또한, 이 곳은 지역적으로 술의 생산지로 유명했는데, 곡식과 상업의 번영을 비는 곳이기 때문에 전국의 수많은 주류회사들이 기부를 하고 매년을 참배를 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이처럼 신사는 탄생과 관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영을 숭배하고, 여러가지 신들이 각자 관장하는 것이 있어 그것을 빌기 위해 일본인들이 찾고는 합니다. 혹시 일본여행중에 종교시설에 들어가셨을 때 이곳이 어떤 곳일지 모르신다면, 사진 속 토리이가 있거나, 흰상의에 붉은 치마를 입은 무녀들이 있거나, 부처가 아닌 여러가지 신이나 동물이나 사물이나 인물을 참배의 대상으로 모시고 있다면 그 곳이 신사입니다.



 세계 최대의 목조건축물인 나라의 동대사입니다. 동대사(도다이지)는 일본 불교 화엄종의 대본산입니다. 불교의 건축양식이 한국, 중국과는 다르기는 하지만, 불교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한 불교의 특성 때문에, 사람이 죽었을 때 절을 찾아 장례를 진행합니다. 마을의 작은 절의 경우 주민들의 무덤을 사찰 경내에 만들기도 합니다. (불교와 장례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다음 편에서 잇신지를 소개하며 한 번 더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종교시설을 들어갔는데, 부처를 모시고 있고 탱화가 있는 곳이 사찰입니다. 신도와는 확연히 구분이 되는 점입니다. 신도와 달리 불교를 믿는 곳으로, 장례식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신도들의 예불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사실 신사와 사찰을 사진을 놓고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종교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기 때문에 불교와 신도의 차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매우 간단한 소개였지만, 이번 글을 통해 일본여행시에 신사와 사찰의 차이를 확실히 구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