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건축기행담 01 : 롯폰기, 오다이바 1부 ‘도시재생’

 2015년 겨울, 사실 이번 도쿄여행은 종전의 오사카여행들과는 다르게 건축을 주목적으로 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에 마당에는 따로 연재할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건축학과이다 보니 여행을 즐길 때마다 건축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많이 생겼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동경건축기행담의 첫 번째 이야기는 여행 1일차에 갔던 롯폰기와 2일차에 갔던 오다이바에서 찾아낸 건축 이야기입니다.

 

 롯폰기는 도쿄 최고의 부촌 중 한 곳입니다. 고급주택, 명품상가, 상업시설과 문화시설로 가득한 곳입니다. 롯폰기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도시재생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힙니다. 롯폰기는 상하이의 황포강부근, 홍콩, 마카오등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아시아의 상징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그만큼 롯폰기는 도쿄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명소이자 부촌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롯폰기 힐즈의 상징 모리타워


 역사적으로 롯폰기는 큰 특징이 없는 주택가였습니다. 롯폰기의 일본어 표기는 六本木입니다. 이름의 유래로 2가지 설이 있는데, 롯폰기 지역에 마을을 상징하는 오래된 큰 소나무 6그루가 있어 롯폰기가 되었다는 설과, 가 들어가는 이름의 6가문[각주:1]이 있어 롯폰기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처럼 평범한 마을이었던 롯폰기의 역사는 1800년대 말부터 급격히 이미지가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1890년 일 육군 기지가 롯폰기에 주둔하게 되었고, 군인들을 위한 유흥시설이 하나둘 들어서며 환락가가 되었습니다. 이어 세계2차대전 이후 미군이 롯폰기에 주둔하게 되면서 환락가는 더욱 확장되었습니다. 이 시기와 맞물려 야쿠자가 롯폰기를 거점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롯폰기는 신주쿠 가부키쵸를 뛰어넘는 최대의 환락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롯폰기를 새롭게 탈바꿈시킨 거대한 건축프로젝트기 시행되었습니다. 거대한 환락가가 되어버린 롯폰기를 새로운 지역으로 변경하여 도쿄를 도시재생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롯폰기를 재생하게 된 것에는 2가지 배경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롯폰기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폭격을 많이 받아 많은 건물이 파괴되어 재건축이 불가피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미군기지와 환락가라는 특성들 때문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며, 동시에 외국인들이 도쿄, 더 나아가 일본하면 떠올리는 곳이 롯폰기였기 때문입니다.

 

 도시재생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당시 일본이 선택한 방법은 롯폰기라는 지역의 특구를 재생시킴으로서 도시전체의 이미지를 살려내는 도시재생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롯폰기는 이즈미 가든 타워와 롯폰기 힐즈라는 초고층 복합 건물들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롯폰기 힐즈는 단숨에 롯폰기의 이미지와 도시적 생명력을 정화해나가기 시작했고, 더 이상 롯폰기는 환락가가 아닌 도쿄를 상징하는 곳이 되어갔습니다.

 

 롯폰기힐즈라는 건물이 가지는 힘은 매우 컸습니다. 롯폰기를 재생시킨 것에 이어 롯폰기를 양분하는 두 지역을 만들어내었습니다. 롯폰기 힐즈로 대표되는 롯폰기 힐즈 구역과 롯폰기 힐즈에 대항하여 지어진 도쿄 미드타운 지역으로 나뉘어져 발달하게 되었고, 수많은 고층복합건물들로 인하여 롯폰기는 유명 백화점하나 없지만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 문화의 거리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롯폰기 힐즈와 도쿄 미드타운에는 백화점은 없지만 수많은 명품매장과 쇼핑몰, 영화관, 전시관이 입점해 있으며 롯폰기가 발달하며 이 곳에 유명방송국들과 대사관들 기업의 본사들이 옮겨오기 시작했습니다.


롯폰기힐즈에서 보는 도쿄타워는 관광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야경중 하나 입니다.

 

 현재 롯폰기는 일본 최고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며,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거리이며, 문화생활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성장했습니다. 평범한 마을이 폐허가 되었다가 환락가가 되면서 다시는 재생할 수 없을 것 만 같았던 지역이 복합건물 하나로 빠르게 살아나 도시를 대표하는 지역이 되게 되었습니다. 잘 지어진 건축물이 도시전체를 재생하는 사례를 직접 보니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현대건축시간에 글로만 배웠던 곳인데, 실제로 걸어보고 체험해보니 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롯폰기의 이미지자체도 매우 좋았고 한 곳에서 관광, 쇼핑, 문화생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곳은 둘째날 방문했던 오다이바입니다. 오다이바는 도쿄앞바다에 위치하던 쓰레기 매립지를 인공섬으로 재조성하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입니다. 오다이바는 비교적 역사가 매우 짧은 지역입니다. 오다이바의 도시재생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잠시 배경을 알아보자면, 1980년대 일본은 버블경제라 불리던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일어난 엄청난 부동산 버블현상으로 일본은 세계 최고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만, 그 거품이 순식간에 꺼지면서 국가적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다이바는 버블경제와 그 역사를 함께 합니다. 버블경제 당시 인공섬을 만들어 최고급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만, 버블경제로 부동산가격이 무너지면서 오다이바를 상업,업무지구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오다이바의 발전은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업무지구를 도쿄 시내에서 오다이바로 분산하는 것입니다. 도쿄는 이미 주택과 업무지구로 포화된 상태였으며,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오다이바라는 업무지구를 개발하면서 미약하게나마 도쿄 도심의 포화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롯폰기와 유사한 형태로 이루어진 도시재생입니다. 오다이바에는 팔레트타운, 빅사이트, 다이바시티등 거대한 복합문화쇼핑센터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롯폰기가 롯폰기 힐즈, 도쿄 미드타운이라는 복합문화쇼핑센터를 통해 도시재생을 이루어냈듯, 오다이바도 복합문화쇼핑센터들을 중심으로 도쿄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쇼핑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오다이바 스토리텔링의 중심인 후지TV,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복합문화쇼핑센터 다이바시티입니다.

 

 여기서 오다이바의 도시계획과 도시재생이 조금 재미있는 점은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건축이나 도시에 있어서도 스토리의 중요성이 요구되고 있는데, 오다이바에는 이 스토리가 잘 녹아들어있습니다. 원피스, 디지몬등으로 유명한 방송국 후지TV의 본사를 비롯하여, 실물크기의 건담모형, 실물크기의 고잉메리호모형등을 오다이바에 설치했으며, 오타쿠문화의 성지라 불리는 빅사이트로 인해 오다이바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스토리텔링이라는 문화적 강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뿐 아니라, 유럽 쇼핑가에 온 듯한 분위기에 이어 작은 놀이동산까지 이어진 팔레트타운이나 세계 3대 모터쇼라 불리는 도쿄 오토살롱이 열리기도 하며,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곳[각주:2]으로 유명합니다. 이처럼 오다이바의 도시계획 및 도시재생에는 문화적 스토리텔링이 가미되며, 기존의 도시재생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새롭게 지향해야할 도시재생의 방식을 제시해줍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롯폰기와 오다이바를 통해 도쿄가 어떤 방식으로 도심을 계획하고 도시재생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꺼내면서 롯폰기 힐즈, 도쿄 미드타운, 팔레트타운, 다이바시티 등 복합문화쇼핑센터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왔습니다. 사실은 본 이야기에 함께 설명하려고 했지만, 두 가지 이야기가 한 번에 나오면 너무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것 같아 1,2부로 나누어 쓰게 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롯폰기와 오다이바의 복합문화쇼핑센터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아오키(青木) 가문, 히토츠야나기(一柳) 가문, 우에스기(上杉) 가문, 카타기리(片桐) 가문, 구츠키(朽木) 가문, 타카기(高木) [본문으로]
  2. 미국의 자유의여신상 오리지널 외에 프랑스와 일본 오다이바에 레플리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