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히로시는 외국에 그렇게 이름이 알려진 건축가는 아니지만, 분명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입니다. 거대한 매스와 화려하고 현대적인 건축자재들을 이용한 하이테크 디자인을 중시하는 건축가인 하라 히로시의 작품은 오사카,교토 여행을 하다보면 한번쯤은 분명히 마주치게 됩니다. 간사이여행에서 하라 히로시의 대표작 2 곳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1936년 도쿄 근교 카와사키에서 태어난 하라 히로시는 1955년 동경대에 입학해 1964년까지 동경대에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수료합니다. 이과정에서 단게 겐조에게 건축을 배웁니다. 박사과정 수료 후 바로 동경대에서 부교수를 시작하며 그야말로 동경대 건축학과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습니다. 하라 히로시는 건축가, 교수, 그리고 건축작가로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동경대에서 후학들을 교육하면서 굵직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교토역, 삿포로돔, 동경대생산과학연구소, 우메다스카이빌딩등 대표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냅니다. 하라 히로시가 만든 작품들은 대부분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면서 하라 히로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하이테크 건축가의 선두주자로 인정받습니다. 뿐만아니라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수많은 저서를 통해 건축작가로 더 유명합니다.
단게 겐조에게 건축을 배워서 그런지 그의 건축물은 상당히 스승인 단게 겐조의 건축과 닮아 있습니다. 87년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단게 겐조의 하이테크지향 건축 디자인이 그에게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게 겐조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였는데 그의 대표작인 도쿄도청, 신주쿠 파크타워, 후지tv본사등의 건물을 보면 하라 히로시의 건축스타일이 왜 단게 겐조를 닮았는지 알 수 있을만큼 비슷합니다.
하라 히로시의 대표작이자 오사카의 랜드마크인 우메다 스카이빌딩입니다. 하라 히로시 건축의 특징이 거대한 매스와 현대적 재료를 사용해 현대적느낌이 강하게 들도록 하는 것인데 두 가지 특성 모두 잘 나타난 건물입니다. 특히 두 빌딩은 깔끔한 박스형태로 디자인하여 더욱 육중한 매스감이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대도시의 중심에서 다른 어떠한 빌딩보다도 압도적으로 존재감을 어필하는 듯한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유리와 철재를 많이 사용하여 현대적 느낌이 강하게 들도록 했습니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건물이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육중한 두 매스를 연결하는 방법은 위태로울만큼 언밸런스하게 공중에서 매우 경사가 급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두 건물은 옥상에서 연결되고 경사가 급한 에스컬레이터는 공중을 가르듯 옥상으로 손님들을 안내합니다. 그리고 옥상에서는 오사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공중정원으로 꾸며놓았습니다. 이 곳이 바로 이 건물의 핵심인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입니다. (물론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을 보면 두 매스사이가 뻥 뚫려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단게 겐조가 후지tv에서 중심의 원형 전망대를 매스사이에 연결시켜놔서 공중에 뜬 것처럼 만든 형태와 닮아있습니다. 매스와 재료가 거대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동시에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공중에 뜬 듯한 느낌을 연출해냈습니다.
단순한 고층빌딩이 되고 그만일수도 있는 건물이었지만, 스카이빌딩의 매스의 비례는 매우 깔끔하고 보기좋았습니다. 때문에 아 거대한 건물이구나가 아니라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물로 보였습니다. 물론 공중정원가 에스컬레이터가 다소 밋밋할 수 있는 거대한 매스덩어리에 포인트가 되어주어서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칫 거대규모의 건물들은 그냥 커다란 매스덩어리가 되고 끝나버리고는 하는데, 하라 히로시의 건축물은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움과 참신함을 발견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라 히로시 최고의 작품인 교토역입니다. 사진으로만 보셔도 교토역의 엄청난 규모가 느껴지실겁니다. 교토는 역사도시로 건축물의 크기와 형태를 제한하고 있는데, 교토역과 교토타워는 기능적 중요성, 랜드마크적 상징성을 위해 거대한 규모로 지어졌습니다. 교토역은 수많은 트러스형태의 구조체와 교토역 전체를 덮고 있는 유리와 콘크리트, 현대건축의 3대요소를 모두 적절히 섞어서 배치하여 하라 히로시 건축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현대적 미와 하이테크를 강조했습니다. 거대한 매스의 건물을 디자인하다보면 건물이 단순하고 지루현 표면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똑같은 재료를 쓰면서도 형태나 패턴의 변화를 주어 여러개의 건물을 지나가는듯한 착각이 들만큼 디자인을 한 것 같습니다.
특히 건물의 상층부로 올라가면 건물을 모두 유리로 덮어 교토시내가 건물내부에서도 유리에 반사되어 보이는데, 이는 정말 절경이었습니다. 아마도 하라 히로시는 교토역을 통해 교토역이 교토의 컨텍스트를 파괴하는 건물이 아니라 교토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역사도시 교토를 내려다보고 품을 수 있도록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우리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건축가는 아니지만, 하라 히로시는 분명 뛰어난 건축가인 것 같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대표 건축가의 작품들을 둘러 볼 수 있다는 것은 건축학과 학생에게는 참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다음은 전진석의 간사이 건축에세이 마지막편 안도타다오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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