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해상도 지도는 대구 광역시 중구청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본 포스팅은 2월 5일 작성된 ‘대구 근대 문화 골목 탐방기’에서 추가되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대구 중구 골목 투어의 2코스인 근대문화골목을 소개했었는데, 본 포스팅은 지난번 포스팅에서 소개하지 못한 다른 코스의 건축물이나 중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축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혹여나 지난번 포스팅을 보고 대구 근대 건축물 답사를 하려는 독자가 있다면 이 글이 답사에 조금 더 살을 보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작성한다.
건축인들에게 있어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는 예쁜 집이나 포근한 공간감, 인상적인 벽화 등은 참으로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대구 중구 근대 문화 골목을 시작했던 청라언덕에서부터 시작하여 골목골목 걷다보면 이런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이 곳은 근대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벽화마을로 조성되거나, 공공사업으로 특별히 지정된 구역은 아니다. 다만 오랜 세월 쌓여오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과 공간들이 눈길을 끈다. 많이 화려하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나면 반가운 소소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쌓인 모습들이다.
특히 대구 근대 건축물들을 답사하면 항상 먼저 만나곤 하는 청라언덕의 한 오래된 집에는 노란 벽화와 함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짬을 내서 내가 좋아하는 건축물들을 걷다가 그 문구를 보고 있노라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일상을 돌아보게 만들곤 한다.
또 길을 걷다보면 자주 마주치는 곳이 있다. 오래된 듯 한 적벽돌 주택에 자투리 나뭇조각으로 삐뚤빼뚤하게 만든 ‘주민목공소’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작은 목공소다. 목공소 앞에는 평상을 만들어 두었는데 날이 따뜻한 봄날이면 동네 할머니들이 평상에 앉아 쉬고 계시기도 하고, 조용한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 되어준다. 절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시간이 쌓인 듯 한 이곳이 눈에 보일 때마다 너무나 좋았다. 도시의 화려하고 눈이 아픈 간판들보다 삐뚤빼뚤한 나무간판이 훨씬 더 보기 좋았고, 길을 걷다 잠깐 멈춰설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좋았다.
대구 근대 문화 골목의 종착지 부근이던 진골목은 언제나 ‘호기심’을 주곤 한다. 진골목이 위치한 곳은 대구 동성로 부근으로 대구 최고의 번화가인 곳이다. 항상 사람이 많고 가게로 가득하고 큰 길들이 가득한 곳인데 조금만 벗어나면 꼬불꼬불 좁은 길들이 나온다는 점이 언제나 재밌다. 특히 이 골목 끝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늘 나를 즐겁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진골목은 역사적으로는 오래된 골목이고 많은 근대 건축물들이 보존된 길이지만, 현재는 대구 약령시, 업무지구, 동성로와 근접해있다. 그래서 좁은 골목을 이러저리 걷다보면 갑자기 예스러운 주택이 나오기도 하고, 한약방이 나오기도 하고, 직장인들로 가득한 오래된 밥집이 나오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을법한 카페가 나를 반겨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골목 사이사이에 주민들이 마련해놓은 작은 도서관, 쉼터등도 마련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였던 대구 근대 문화 골목 투어의 코스인 진골목을 벗어나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경상감영공원이 위치하고 있다. 경상감영으로 향하는 길에도 몇 가지 볼거리가 있다. 경상감영공원 근처에는 대구근대역사관이 있어 관심이 있다면 대구의 근대역사에 대해서도 관람해 볼 수 있다. 또, 동성로의 끝자락인 지하철 중앙로역 근처에는 교보생명 빌딩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 건물은 세계적 건축가인 마리오보타가 설계한 건축물로 시간이 된다면 꼭 보고 가기를 추천한다.
경상감영 선화당
경상감영공원 (구 대구 중앙공원)은 경상도를 관할하던 관청인 경상감영이 위치한 곳으로 현재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구민들의 훌륭한 쉼터가 되고 있다. 경상감영은 지방의 관청건축물중 보존이 매우 잘 되어 있어 건축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1호인 선화당은 경상감영의 정청으로, 관찰사가 집무를 보던 곳이다. 정면 6칸, 측면 4칸 규모의 건축물로 팔작지붕, 주심포양식과 익공식을 절충한 공포를 볼 수 있다. 근처에는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2호인 징청각도 위치하고 있다. 징청각은 관찰사의 관사로 쓰이던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원래 경상감영에는 13개의 관아건축물이 위치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모두 소실되고 선화당과 징청각만이 보존되어 있다.
경상감영을 벗어나 반월네거리로 발을 옮겼다. 반월당네거리에는 천주교와 관련된 건축물들이 다수 존재한다. 관덕정 순교기념관을 시작으로 성유스티노신학교, 성모당, 살트르성바오르수녀원이 위치하고 있다. 필자가 답사를 떠난 날은 일정상 다른 곳을 갈 수 없었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관덕정 순교기념관만 소개한다.
관덕정 순교기념관
관덕정은 사실 천주교 관련 건축물이 아니었다. 이곳은 조선시대 대구지역의 군관을 선발하고 훈련하던 연변장이 위치한 곳이다. 영조 때 무과시험장을 설치하고 이름을 관덕당이라 했다. 조선후기 천주교박해가 일어나며 연병장이던 관덕당에 경상도 지역에 거주하던 천주교인들을 잡아들여 처형을했다. 현재는 처형당한 천주교인들을 기리기위해 관덕정을 순교기념관으로 지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본 포스트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반월당네거리에서 삼덕네거리를 지나 삼덕교회와 방천시장이 있는 곳에 위치한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이하 김광식길)’이다. 김광석길은 가수 김광석을 기리는 길로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방천시장근처에 조성되어 있다. 계속 근대건축물과 역사적 유적지만 소개하다가 갑자기 김광석길을 소개하게 되어 맥락에 어긋날 수 있지만, 김광석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변화’를 소개하고 싶다.
이 곳 출신의 김광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거리지만 사실 초창기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다시 오고 싶지 않을 만큼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김광석이라는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대단했다.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팬들, 관광객들,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하나 둘 카페나 음악관련 가게나 공방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곳은 찾는 사람들은 김광석을 추억하며 여러 가지 체험과 소비활동을 즐겼다. 그리고 불과 몇 년 후 다시 찾았을 때 김광석길은 소위 젊은 사람들이 말하는 ‘요즘 가장 핫 한 곳’이 되어 있었다.
건축을 공부하다보면 건축과 관련 있는 문화, 역사, 관광 등에도 관심이 가고는 하는데, 어떠한 관광상품의 개발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김광석길을 통해 그 스토리텔링을 직접 겪었다. 하나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죽어가던 시장이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로 변해갔다. 건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도시의 구석구석이 변해가고 살아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길을 꼭 소개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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