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비엔날레는 짝수해에는 예술, 홀수해에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열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입니다. 2011년 광주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건축가 승효상선생님이 맡으시면서 광주폴리라는 건축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폴리(Folly) 혹은 키오스크(Kiosk)란 프랑스의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의 라빌레뜨 공원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조형물과 건축의 경계에 있는 설치조형물 혹은 소형 건축물을 뜻하는 말입니다. 앉거나 잠시 쉬어가는 등의 용도를 가지거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기도 하며, 때로는 아무런 기능 없이 거대한 조형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2011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당시, 광주폴리라는 이름으로 광주읍성터 10곳을 중심으로 11개의 어반 폴리(Urban Folly)가 설치되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때, 광주폴리 2가 기획되어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완공되어 실제 시민들이 이용중인 광주폴리1의 11개의 폴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후안 헤레로스 - 소통의 오두막
스페인 마드리드 건축학교의 교장인 후안 헤레로스의 작품으로, 장동 교차로의 교통섬에 위치한 어반폴리입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작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유동인구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바로 앞에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 공사중에 있습니다. 아마도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 완공된 후에는 유동인구가 많이질 듯 해서 좋은 휴식공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후안 헤레로스는 한국의 굴뚝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굴뚝의 이미지로 형태를 정했고, 나무 윤곽이 가지는 패턴으로 형태를 다듬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시민들이 쉬는 공간일 뿐 아니라, 추후 스피커, 조명, 히터, 에어컨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성 폴리로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플로리안 베이겔 - 서원문 제등
광주읍성 서원문 터에 설치된 작품으로 서원문 터의 역사성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곳은 옛 세원문 터이면서 동시에 518기념비와 읍성터 표지석이 세워진 곳이며, 광주 MBC가 있던 곳이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가치와 의미가 많은 곳입니다. 그 때문에 11곳의 폴리 중에서 가장 역사적 고찰을 많이 한 작품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왜냐하면 이 폴리 자체의 정체성이 바로 광주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추억의 장소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이름에 불을 밝히는 제등처럼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역사성을 밝히고 커뮤니티성을 밝히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닐까합니다.작은 탑 형태로, 폴리 위에 올라서면 주변 도로가 모두 보이고, 하단부에는 518 기념비가 있습니다.
나더 테라니 - 광주사람들
대한생명 사거리에 위치한 폴리로 가로수들의 자연미를 그대로 살리며 주변과 어울리도록 설계된 폴리입니다. 와이어와 알루미늄봉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대나무숲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새의 둥지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모습입니다. 밤에는 폴리의 끝부분을 비추는 빛 때문에 더 욱 아름답습니다. 소통의 오두막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공간입니다. 사거리에 위치해있어서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입니다. 봉에 메세지나 소원을 기원하는 부적을 걸어둘 수 있어서 커뮤니티적 성격이 조금 더 강한 폴리입니다. 땅에서 붙어 솟아나와 불규칙한 강철봉들이 공중에서 불규칙적으로 연결되며 도로를 뒤덮는데, 이는 마치 새의 둥지와도 같은 유기적인 형태를 만들고, 이는 보행자들에게 포근한 안정감과 형태에 대한 호기심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알레한드로 지어라 폴라 - 유동성 조절
금남로 공원에 위치한 폴리로 지하철역 금남로4가역과 지하상가의 입구역할을 하는 폴리입니다.요코하마 터미널을 설계한 작가로 유명한 알레한드로 지어라 폴로의 작품으로 이 폴리에서도 그의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곡선을 활용한 건축적 미가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가는 한국적인 디자인을 고려하다가 태극기에서 영감을 받아 태극기에서 따온 이미지를 곡선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알레한드로의 의도에 따르면, 이 곳은 금남로 공원이 있으며, 지하철역도 있어서 유동인구가 매우 많아서 잠재력이 뛰어난 장소이지만 지하상가와의 연계가 부족하여 사실상 방치된 장소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지나가기만 하는 유동인구를 지하상가와 금남로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집중 & 분산시켜 유동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성 폴리를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이 폴리는 차도에서 금남로 공원으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하여 유동인구가 자연스럽게 모여서 쉬어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피터 아이젠만 - 99칸
작품의 이름에서 보듯 한옥에서 영감을 받은 폴리로, 유명한 건축가인 피터 아이젠만의 작품입니다. 광주 충장로 파출소 앞 지하상가의 두 입구를 연결하고 있는 폴리입니다. 해체주의 건축가인 피터 아이젠만이 한옥의 '칸'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 미학을 새로운 구조물로 재창조했습니다. 한옥의 99칸을 모티브로 만든 구조물이지만 실제로는 100개의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폴리입니다. 사이트는 광주읍성의 옛 터중 북문이 있떤 곳이며, 폴리는 캐노피이자 길을 장식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세진, 정세훈 - 열린장벽
광주폴리 현상설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항한 작품입니다. 작가들은 이 곳이 광주읍성의 옛 터이긴 하지만, 현재는 차로롸 보행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옛 모습을 복원하는 것에 반대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재의 작용에 중점을 두고 현재의 요구를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읍성이었다는 사실은 본질적 성질로만 남기를 바랬고, 현재는 보행로인만큼 보행로를 보조하는 개념의 폴리를 구상했습니다. 매우 철학적이고 은유적인 작품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 어디를 봐도 광주읍성이라든가 광주의 전통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있는그대로 보행로를 강조하고 보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역할만 수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들은 과거를 잊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현재의 역할을 강조하되,보행자가 스스로 이 밑을 걸으면서 과거에 이 곳이 읍성터였다는 것을 인식하여 스스로 반성하고 기억해야 하며, 물리적 복원이 꼭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작가의 사상과 과거의 집착하지 않되 기억하도록 하는 은유적 태도가 녹아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조성룡 - 기억의 현재화
가장 찾기 어려운 폴리였습니다. 기억의 현재화는 건물형태의 다른 폴리들과는 달리 땅바닥에서 아주 살짝 솟은 작은 언덕, 혹은 야구의 마운드같은 모양을 한 폴리로 못 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작은 언덕이지만, 번화가인 광주 황금로에 설치되어 지나가는 행인들이 이 폴리를 밟고 지나가며 광주를 회상하도록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행인들과 차가 이 폴리를 지날 때 자연스레 보폭이 변하고 속도가 변하게 되는데, 그 순간 개개인이 광주의 역사와 개인의 추억을 회상한다는 것에 취지를 두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감상평으로 처음에는 굉장히 볼품없었지만, 높이차이를 이용해서 보행자와 차의 속도와 보폭을 변화시켜서 생각할 시간을 만든다는 개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미니크 페로 - 열린공간
ECC로 유명한 도미니크 페로가 디자인한 폴리입니다. 광주 읍성터이자 구 광주시청이 있던 로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지나가며 모이거나 작은공을 하거나 전시도 할 수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도미니크 페로는 이 폴리를 디자인하기 위해 한국문화를 공부하다가 전통 누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형태도 누각에서 따온 것이고, 금빛 메탈 재료는 누각 단청의 강렬한 노란색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프란시스코 사닌 - 사랑방
앞, 뒤로 개방된 형태의 노출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폴리입니다. 콘크리트 벽체와 계단 그리고 유리벽으로 구성되어 있어 쉼터와, 전시공간등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쉬기도 하고, 데이트를 즐기기도 합니다. 작가의 의도에 따르면, 작은 크기의 폴리지만 충분한 공간이 확보 되어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작은 공연이나 모임의 용도로 사용해도 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폴리인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시하루 츠카모토 - 잠망경과 정자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돛모양의 잠망경입니다. 돛러럼 생긴 구조물이 버스정류장 위로 솟아있고, 그 돛을 통해 위를 볼 수 있는 잠명경이 아래에 달려있습니다. 이 잠명경을 통해 아시아 문화의 전당을 볼 수 있어서 도로밖에 안보이는 버스정류장에서 새로운 뷰를 제시해줍니다. 작가믜 말에 따르면, 이곳은 대형 학원이 있는 곳으로 학생들의 유동인구가 매우 높은 곳이며, 읍성터와 아시아문화의 전당이 위치한 곳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잠명경을 통해 좋고 의미있는 뷰를 학생들에게 선사해 학생들에게 자유와 여유로움을 주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합니다.
승효상 - 푸른길 문화샘터
다른 10개의 폴리와 따로 늦게 완공되었고, 위치도 혼자 다른곳에 있는 폴리입니다. 2011년 폴리프로젝트 당시에 여전히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2013년에 다시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폴리는 2011년 광주 비엔날레의 총감독이었던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규모를 보면 왜 다른 폴리보다 늦게 완공되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 작품은 푸른길 농장다리에 자리잡았는데, 푸른길 농장다리는 60년대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제소자들이 농장에서 작물을 기르기 위해 건너던 다리였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라고 합니다. 철로변에 형성된 동네로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동네 주민들이 만나기 좋은 곳으로 옛부터 유명했다고 합니다. 이에 승감독님은 이 푸른길 농장다리에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쉼터이자 연결 계단을 계획했고, 다리 밑에는 전시기능이 가능하도록 하여, 기능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주민들의 모임과 소통의 공간이 되도록 했습니다. 승효상이 가장 애용하는 재료인 코르텐강철을 이용하여 만들어져서 폴리 전체에서 승효상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소한 동네풍경과 자연에 코르텐강철이 잘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이상으로 201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에서 계획된 광주폴리1 프로젝트의 11개의 어반 폴리를 모두 살펴보셨습니다. 다음기회에 광주폴리2도 소개시켜드리고 싶은데.... 저도 건축학과 4~5학년을 다니면서 아쉽게 직접답사를 못했네요. 기회가 될 때 꼭 광주폴리2도 답사를 해보고싶습니다. 기회가 생기면 광주폴리2도 소개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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