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마당, 아직 잃어버리지 않았다.


, 아직 잃어버리지 않았다.

 


우리는 마당을 가졌었다. 우리에게 마당의 의미는 무엇인가?

 

서양의 주거에서 중앙에 수직으로 뚫려 있는 중정이라는 공간이 빛이나 개방감 때문에 서양주거에서 중요시 되었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전통주거에서 서양의 중정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공간은 마당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물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마당중정과는 차이가 있는데마당은 수직적으로 열려있는 공간보다는평면상에서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마당이라는 단어가 서양 사람들에게는 집 앞의 작은 정원이나, 공원이라는 공간과 비교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마당은 단지 집 주변에 있는 공터나 중정처럼 집의 공간과 벽이라는 요소에 막혀 있는 공간이 아니다. 마당은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유동적 공간이며, 첫 주거로의 로망인 옥탑방 앞의 작은 공간도 마당이라고 말하기도 한다(마당이라는 공간이 옥탑방을 로망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 : 서양 주거 도무스 (www.foundation3d.com) / 하 : 한국 한옥의 마당 (www.hanokdb.kr)


사전적 의미에서의 마당은 첫째로 형태적으로 마당을 정의하고 있는데,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이라고 말하고 있다. , 집에서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기준으로 생성된 어떤 프로그램이 들어갈 수 있도록 앞이나, 뒤에 닦아 놓은 땅이다. 둘째로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마당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해서 정의 하고 있다. 이는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에서 무슨 일이든지 일어 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어떤 일이라는 단어를 볼 때, 마당이라는 공간은 생각하는 모든 일들이 일어 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에서 골목으로부터, 대문을 열고 건너게 되면 나오는 마당이라는 공간의 존재는 예전부터 한국의 전통가옥에 없어서는 안 되는 구성요소이다. 마당은 대문이라는 물리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집과 외부의 골목길을 구분 지어주는 2번째 공간이기도 하고, 그 사이에서 생활공간과 대문사이의 전이공간이 되기도 한다. 마당이라는 공간은 집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중요한 일들을 보조 해주는 다목적 공간 중 하나이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말과 같이 다목적 공간으로서, 집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텃밭이 되기도 하고, 추수철이 되면 곡물을 말리기도하며, 때론, 주변 이웃들과의 소통의 공간이 되기도 했고, 집의 대소사가 있을 때 외부공간이지만 집 내부에 있는 큰 홀이나, 방 같은 역할을 같이 했다. 또한, 어린 아이들에게는 작은 놀이터이자, 바둑이와 같이 뛰어 놀며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이기도 했던 마당은 이제, 도시 속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명절에 가면 있는 시골집(물론 시골집이 아파트인경우도 있다)에서 고추를 말리는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리거나 한옥 마을에서 볼 수 있는 담 너머의, 대문 넘어 전이공간으로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시골 마당의 기억 (news.ichannela.com)

 

도시, 아파트, 그래도 아직 마당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필자는 주택에서 자라면서 마당뿐만 아니라 들과 밭까지도 온몸으로 느끼며 자라왔지만, 대학교로 인해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돈의 문제로 인해 학교 근처의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월세방에서만 살 수 밖에 없어졌고, 인구가 집중된 서울에서는 마당이라는 존재는 우리 집의 구성요소에서, 지금의 필자의 집에서는 없어졌다. 집을 구성하는 요소였던 마당은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서 없어지게 됐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면서, 도시지역의 주택들과 논과 밭은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아파트라는 단지 형태의 주거로 변하게 되었다. 아파트가 보급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주거 요소 중 제일 먼저 없어진 것은 마당이다. 그로인해 도시로 이주후에 도시지역 아파트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들은 마당의 존재 느끼지 못하며 자랐다. 후에 아파트 단지 내의 공용공간인 광장이나 놀이터가 아파트 내부에 생겨났지만, 이런 공용공간들은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들에서 생겨났고, 필자는 이 공용공간들이 서양의 YardGarden에 조금 더 가까운 공간이라고 생각 되지만, 한국 주거에서 만들어진 아파트이기 때문에 전통가옥에서의 마당이라는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조경'을 한다는것이 마당과는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상 : Garden (www.all4desktop.com) / 하 : Yard (www.towc2011.org)



사람들은 옛날 집에 대한 추억이나, 삶에서 도시가 아닌 공간의 필요성과 그리움 때문에 귀농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일터와 조금 더 멀어지더라도 도시 근교로 나가 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도시 외부로 빠져 나가 주택 이라는 공간에 살게 되어야 마당이라는 공간을 다시 접하게 된다. 하지만, 마당이라는 요소로만 보았을 때, 온전히 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완벽한 의미의 다목적 공간은 아니지만, 도시 속에서, 주택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가지고 있고, 이용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쉽게 우리가 마당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공간은 집이나 담으로 둘러싸여 있는 본채 앞의 외부 공간이지만, 인구의 밀집으로 인한 땅의 부족으로 주거가 점점 높아지는 도시의 특성상 개개인들 모두에게 마당이라는 공간을 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선택한 마당을 대신한 선택은 공공으로 사용하는 공간인데, 몇몇 아파트에서는 텃밭 공간을 아파트 옥상 층에 마련하거나, 아파트 주변의 공터나 남는 공간을 이용해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파트의 공용 텃밭 (www.yeongnam.com) / 티비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서 한 도시농부 (여의도에 옥상텃밭을 만들었다)


이런 공동구역의 존재를 봤을 때, 전통적으로 존재했었던 마당의 존재가 도시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갈망하게 되면서, 도시내부 주거지역 주변의 공원이나, 산책로 같은 프로그램이 삽입된 마당같은 공간들이 생겨나고, 작게는 아파트 내부의 베란다 같은 공간적 요소들이 실제론 대피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집안의 작은 텃밭 같은 곳으로 이용되기도 하면서 전통적 마당의 공간을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당을 대신한 테라스? (bloglh.tistory.com)


이런 다가구의 공동의 공간이 아닌, 한 가구를 위한 마당은 수직적 공간의 연속인 도시에서 아파트 1층에서 살기 때문에 얻는 집 앞의 작은 텃밭수준의 마당이 있다. 집에서의 골목과 생활공간 사이의 전이공간은 만들어 주지 못했지만, 집 앞에 위치한 이점으로 다양한 행위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옥탑방의 집 앞 작은 마당은 골목에서 수직적으로 올라가는 대문의 요소가 많이 길어졌다는 점만 빼면, 전통적 마당과 가장 유사한 행위들이 많이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에서 마당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현재 최소한의 면적에 많은 사람들을 살게 하려는 도심의 아파트에서 전통적인 마당이라는 공간을 찾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양주거에서 전통적인 중정 공간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변하기도 하고, 후정이라는 공간이 더 생겼듯이, ‘마당또한 현대 아파트에서 그리고 나아가면서 다른 형태로 변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재 아파트에 존재하는 공용의 마당이나, 새로운 마당이 어떤 형태로 변해 갈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전통적으로 넓은 땅을 다져 집 앞이나 뒤에 만들었던 마당은, 현재 도시에서 한정된 땅에 많은 사람들이 주거를 해야 하는 이유에서 공원이나 놀이터, 아파트 옥상 같은 공용공간으로 변화 하였고(아파트가 서양에서 들어온 주거 형태이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공용공간 마저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주변의 빈 땅이나, 교외 지역에서의 텃밭을 개인적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나 공동주거에서는 같이 사용 했던 놀이터와 같은 공용공간들을 한 단지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지만, 이제 더 적은 가구 즉, 한 층이나 두층에 그린존과 같은 야외 공간을 주어 더 쾌적한 하게 이용 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판교 월든힐스의 테라스 하우스 .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최근 주거 설계에서 밑의 집 지붕이 윗집의 마당이 되는 형식의 테라스하우스같은 주거가 나오게 되었고, 각 가구의 개인적인 작은 마당을 주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교외나 주거지역 주변에 따로 땅을 마련해서 마당의 역할을 대신하던 사람들이 집에서 집에 붙어있는 마당을 이용 할 수 있는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녹지를 더 중요시 할 수 록, 도시에서의 마당은 시간이 흘러 갈수록, 사람들의 주거에서, 일반적인 대피용도의 테라스가 사용 가능한 조금 더 넓은 마당과 같은 형태로 변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