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 협소주택 (狹小住宅, Narrowness House)

건축소담 001 : 협소주택 (狹小住宅, Narrowness House)


 협소한 곳에 지어진 주택을 뜻하는 협소주택은 주택 중에서도 특히 면적이 좁은 주택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하는 도시지역,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 주로 지어지는 주택입니다. 높은 인구밀도와 비싼 땅값으로 인하여 주택문제를 앓고 있떤 일본에서 시작되어 현재 일본을 넘어 국내에서도 유행중인 주거형태입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일본의 대도시들은 오래전부터 주택문제를 앓고 있었고, 그로 인해 협수주택의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우리나라 특히 서울의 주택문제가 매우 커지게 되었고, 몇 해 전 땅콩주택 열풍과 함께 한국에서도 협소주택이 소개되고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협소주택의 사례. 주택의 폭이 자동차의 폭보다 조금 더 넓다. 

출처=http://theownerbuildernetwork.co/


한국의 협소주택 열풍


과천협소주택 출처=윤집


 국내에 협소주택이 본견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무렵부터입니다. 일명 '땅콩주택'이라 불리는 듀플렉스 하우스(Duplex House)가 유행하면서 단독주택이 특히 협소주택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리나라 주거문화의 중심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는 한정된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효율적인 주거방식으로 외국에서는 주로 저렴한 주거형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렴한 주거형태부터 최고급형 주거형태까지 모두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국내의 아파트는 효율적인 공간일 뿐 아니라, 다양한 편의시설이 한 곳에 모인 주거형태이며, 주거의 역할과 동시에 재테크를 위한 투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에서 협소주택으로 눈길이 옮겨간다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설명했듯 너무 비싼 땅값, 마당을 포함한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는 주택을 향한 욕구,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상징하는 아파트로부터 벗어나 전통적이고 감성적인 가치를 위해 주택을 선택하고자 하는 욕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택을 원한다고 해도 막상 도시공간에 주택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슷한 생활 공간이라면 훨씬 넓은 토지를 요하는 주택의 특성상 금액적으로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택에 대한 욕구와 금액과 토지라는 조건 때문에 사람들은 협소주택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협소주택이라면 좁은 토지에도 효율적인 설계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나만의 주택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협소주택의 원조 일본


일본 카츠오시 사사키 주택. 폭이 3m에 불과하다.

 출처=http://www.designboom.com/


 협소주택의 원조는 일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소주택이라는 용어 자체도 일본에서 U-10이라고 해서 10평 미만의 주택을 가리키던 용어입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협소주택이 꾸준히 인기가 있었으며, 이를 입증하듯 일본의 전문 건축잡지중에 '협소주택'이라는 이름의 협소주택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도 있을 정도 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의 전통적인 필지의 형태에서부터 협소주택이 유래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필지형태인 '마치야'는 도로에 면하는 면이 좁고 깊이가 매우 깊은 형태로, 도로를 면한 곳에 가판대를 두어 상업행위를 하며 내부로 들어갈수록 생활공간이 위치하며 가장 깊은 곳에 사적인 공간인 정원이 위치하던 일본 전통의 필지형태입니다. 현대의 협소주택들을 보면 마치야와 비슷한 필지에 좁고 긴 형태로 설계되어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사적인 공간을 배치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전통이 현대에도 녹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도쿄는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이며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협소주택 유행의 가장 큰 원인이 지나치게 높은 땅값과 토지부족인 것을 생각해보면 왜 도쿄를 중심으로 협소주택이 발달하게 되었는지도 짐작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사회적인 상황과 마치야에서 비롯된 일본의 전통적인 공간의 특징이 합쳐지며 일본에서 협소주택이 탄생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협소주택의 특징


 협소주택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대도시 혹은 근교에 위치하며 협소한 대지면적에 지어졌다는 점입니다. (국내의 경우 대략 25평 이하를, 일본의 경우 10평 이하를 협소주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명확하게 정해진 기준은 아닙니다.) 좁은 필지에 지어지다보니 효율적인 공간을 위해 복층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으며, 정확한 층계가 아닌 스킵플로어 (Skip floor)의 형태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독으로 주거하는 형태이다 보니 건축주가 지향하는 주택을 지을 수 있고, 도시에서도 자신 혹은 자신의 가정만이 가지는 사적인 공간의 확보가 가능하며, 전통적인 형태인 마당을 도시 내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공간이 한정되다보니 실내가 좁다는 점, 복층구조인 경우가 많다보니 편리하고 일반적인 수평적 동선이 아니라 불편할 수 있는 수직적 동선을 주로 이용해야 한다는 점, 공간의 효율적 배치나 동선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불편하기만 한 집이 될 수도 있다는 점등이 있습니다.


협소주택에서는 스킵플로어의 사용이 많고, 동선계획과 공간배치에 창의력과 효율이 요구된다. 출처=http://cdn.decoist.com


협소주택의 사례


스미요시 나가야 (아즈마주택)


 건축학과 학생들이 가장 쉽게 자주 접할 수 있는 협소주택의 사례로는 안도 타다오의 스미요시나가야 (아즈마주택)가 있습니다. 스미요시 나가야는 1975년 지어진 건물로 안도 타다오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며, 그의 주택건축의 대표작입니다. 현재에도 도쿄에 지어지는 많은 협소주택들이 스미요시 나가야의 공간배치와 거의 유사하게 설계되는 만큼 협소주택에 있어서는 상징적인 작품입니다. 스미요시 나가야에 대해 공부해보시면 협소주택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합니다.


'협소주택' 생각해보기


 건축소담의 첫번째 소소한 건축이야기는 '협소주택'이었습니다. 협소주택은 분명 현대사회의 새로운 주거형식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가 다세대 주거 양식을 지향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토지부족문제 때문인데, 적은 땅을 사용하는 협소주택은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효율만 찾는 현대의 주거문화에서 잊어버렸던 전통과 감성적 측면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누구나 꿈 꿔오던 '내 집' 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으며, 건축가들도 건축주들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틀에 박힌 성냥갑 같은 건축이 아닌 재능과 개성을 살린 설계를 할 수 있어 건축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소주택은 건축가에게 있어 도전해보고 싶은 과제이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을 넣어야 하는 것은 협소주택 뿐 아니라 건축계 에 있어 오래된 과제이자 항상 도전해야되는 과업입니다. 제대로 된 계획이 이루어진 설계라면, 효율적인 공간을 자랑하며 다양한 공간감을 사용자에게 주는 좋은 집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동선과 배치에 대한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면 복잡하고 좁고 불편한 집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협소주택은 매력적인 양식이며, 최근 가장 각광받는 주거양식입니다. 또한 협소주택이라는 건축언어 안에는 건축의 오래된 담론인 '최소공간'에 대한 고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소공간에 대해서는 건축인들의 많은 생각과 실험과 토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하면 좋은 자료

다큐멘터리 : SBS 스페셜 304회 내 생애 처음 지은 집 120902

잡지 : 狹小住宅. 日本

도서 : 두 남자의 집 짓기 / 마티 / 이현욱, 구본준


건축소담 001 : 협소주택 Keyword

협소주택, 최소공간, 수직적 동선, 스킵플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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